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통합공항이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한근수 연구위원을 만나, 통합공항 이전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 연구위원은 통합공항이전이 늘어나는 항공수요 충족과 대구시의 미래발전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공항은 도시와 미래를 여는 창문이자 지붕이다. 먼저, 미래 도시와 공항의 상관성을 짚는다면.
“오늘날 세계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다. 경쟁을 위해선 하나로 묶인 경제권에 참여해야만 한다. 공항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경쟁에 참여할 수조차 없다. 경쟁을 위한 링에 조차 오를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 유명 도시가 모두 공항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물론, 공항이 있으면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건 또 아니다. 공항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세계적인 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은 확실하다. 공항이 없으면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없다. 공항이 없는 도시는 낙후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선 공항은 필수조건이다.”
- 공항 이전과 함께 대구의 미래기획으로써 종전 부지 개발이 관심사다. 종전 부지 개발에 의미와 중요성은.
“먼저, 공항 이전의 필요성부터 따져야 한다. 이전 없이 종전부지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없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 공항 이전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 통합 공항이전은 왜 필요한가.
“첫째로, 대구공항의 항공 수요 급증이다. 대구공항이 미주나 유럽으로 가는 대형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3,500m 이상의 활주로를 갖춘다 해도 항공 수요 자체가 부족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수용할 수 없다. 기존 대구공항과 기능이 많이 바뀐 것이 없지만, 최근 대구공항의 이용객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없던 수요가 생긴 게 아니라, 기존 수요다. 김해공항이 성장 한계에 도달하며, 더 이상 노선을 취항 할 수 없게 되자 대구공항으로 항공사들이 취항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여행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신규 항로 추가 등으로 급성장을 이어 온 대구공항도 터미널과 계류장, 슬롯 부족 등 물리적인 성장 한계에 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겠나. 한계가 왔다는 주장과 달리, 역외로 수출되는 대구경북의 항공 수요는 대구공항 수요의 2배가 넘는다.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물리적인 확장밖에 없다. 군부대로 인해 물리적인 확장이 막힌 만큼 제대로 된 규모를 갖기 위해선 이전밖에 답이 없는 것이다.”
- 수요 뿐 아니라, 접근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접근성을 최대한 개선한다고 해도 접근소요시간이 우보 후보지는 47분, 소보ㆍ비안 후보지 58.2분이다. 이용객의 상당수가 김해공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접근성의 문제는 상대적이다.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외곽으로 완전 이전한다면 시간의 고려는 의미가 없다. 유럽에 가는 여행객이 10~20분의 차이로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도심 내 공항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있는 흐름이다. 어느 나라든 공항의 입지를 도심에 두고 시작하는 나라가 없다. 공항이 위치했던 외곽 지역이 발전으로 인해 중심부로 편입되는 등의 사유로, 중심부에서 다시 외곽으로 이전 되는 것이다. 공항이 지역의 발전의 동력이 되는 요소도 맞으나, 반대로 소음과 고도제한 등으로 발전에 제한을 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심의 공항을 외곽으로 이전했을 때의 실패 사례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도심의 공항을 그대로 두고 외곽에 신공항을 조성했을 경우, 실패한 사례는 있다. 굳이, 외곽으로 나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공항이전이 진행된다면, 접근성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기도 전, 우려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민간공항은 남고, 군공항만 이전하면 안되냐는 의견도 있다.
“현재 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만 이전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다. 법적인 상황을 차지하고도, 대구시의 발전에도 저해된다.
현재, 대구공항이 있는 땅은 대구시의 노른자 중 하나다. 대구시는 도심 양쪽을 날개 축으로 유통단지와 검단들, 이시아폴리스까지 이어지는 금호강벨트, 제3ㆍ서대구ㆍ성서산단 등 인근산업벨트 등을 추진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 발전의 중심부를 공항이 차지하고 있다. 공항 부지를 제외하고 발전시키면 동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의 대구공항은 군사공항으로서의 항공법을 적용 받고 있다. 이륙하자마자 고도를 올리는 전투기의 특성상 군사공항의 고도제한은 민간공항보다 많이 완화되어 있다. 군사공항이기에 받을 수 있는 득인 셈이다. 군공항 이전 후 민간공항이 되면, 소음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나 고도제한은 더욱 강화된다. 동대구역세권까지 고도제한이 걸리게 된다. 발전에 큰 어려움이 될 것이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 공항 이전과 함께 종전 부지 개발은 필수적이다.”
- 종전 부지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있나.
“솔직히 말해, 아직은 아무것도 없다. 기부 대 양여 개발방법 자체가 통상적인 개발방법이 아니라, 사례들도 많지 않을 뿐 더러 아직 후보지도 결정이 안 된 상황이다. 이전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 부지 개발에 대해 논의하는 건 맞지 않다.
더욱이, 개발 계획 수립권자는 기부자다. 기부자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청사진이 나올 수가 없다. 개발에 대한 논의를 하기엔 이른 단계다. 일전 대구시가 발표했던 미래형 스마트문화 도시인 ‘휴노믹시티’ 개발안도 하나의 안 일뿐이지 예정 계획은 아니다. 청사진에 대한 논란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백지부터 다시 그려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 통합공항 이전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종전 부지 개발로 그만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앞서, 개발안 중 하나라고 말한 ‘휴노믹시티’에 대해서도 반발이 있었다. 661만1,570㎡ 중 기반시설 350만4,132㎡, 주거용지 168만5,950㎡으로 대부분 아파트와 기반시설로, 산업용지는 99만1,735㎡, 상업 업무용지는 42만9,752㎡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종전 부지 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을 타파할 만한 대책이 있나.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다양한 실현 가능성 검토가 있었다. ‘휴노믹시티’도 그 중 하나의 안일뿐이다. 적절한 개발방안 없이 결국, 종전부지에 아파트 단지로만 가득 찰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동감하는 바다.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후보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후보지가 결정된 후, 기부자를 유치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기부자들이 제시하는 개발안 중 양질의, 또 대구시의 발전방향과 코드를 맞춰 개발할 수 있는 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부자들이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도록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을 하고, 양질의 기부자가 유치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 대구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기술적인 검토는 물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통합공항이전 사업은 대구 경북을 개벽할 만한 큰 사업이다. 종전부지 개발뿐 아니라, 이전 공항 주변 지역 개발 논의까지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어떻게든 그 땅에서 6~7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둬내야만 한다. 종전부지 개발효과 뿐 아니라, 이전한 경북에도 6~7조원이 불어난다. 단순한 토목공사라고만 가정해도 14조원이 넘는 큰 사업이다. 그 사업들이 불러오는 파급효과까지 따지면 규모는 배 이상 커질 것이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개발방안에 대해서는 엉뚱한 생각이 필요한 때다. 그간의 의견들로는 아파트 단지 조성 등 판에 박힌 결과물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기부자에 대해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특별법상에 기부자가 반드시 민간인이 되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정부나 공공기관이 기부자가 되어도 된다. 개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 당부할 점이 있다면.
“통합공항이전 논의가 과열되고 있는 것 같다. 당장 이전의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 개발방안 등 그 다음 단계의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다. 제안을 위한 양질의 기부자가 나올 수 있도록 독려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개발에 대한 불안함만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구시의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합치가 필요하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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