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질병 중 하나다. 현재도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돼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34개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이 가장 높다. OECD 가입 이래 20년 넘게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결핵후진국’이다.
우리나라 결핵환자 발생률은 인구 10만명 당 76.8명(2016년 기준)이다. OECD 평균 12.24명의 7배다. 사망률도 5.1명으로 OECD 평균 1.0명의 5.1배다. 여러 결핵약을 써도 듣지 않는 이른바 ‘수퍼결핵(다제내성 결핵)’ 환자 비율도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최근 10년간 매년 평균 3만5,000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했다. 매일 약 100명이 새로 결핵에 감염되는 셈이다. 해마다 4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결핵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를 없는 셈이다. 1883년 3월 24일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한 날을 기념해 이날을 ‘세계 결핵의 날’로 정했다.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결핵 환자가 기침했을 때 나온 결핵균을 코ㆍ입 같은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폐까지 도달해 발생한다. 결핵 환자 1명이 100명의 사람을 만났다면 30명이 감염된다.
이처럼 우리 몸에 결핵균이 침입해도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 감염 후 신체 면역ㆍ저항력이 떨어지면 발병하게 된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90% 정도는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나머지 10%에게 나타나는데 절반 정도는 1~2년 내 나타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 이상 지난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결핵균은 몸 속에서 아주 서서히 증식하면서 영양분을 소모하고 조직ㆍ장기를 파괴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기침 이외에 증상이 없어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방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단순 감기가 아니라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이나 호흡곤란, 가슴통증, 무력감, 피곤함, 미열ㆍ오한 등 발열, 체중감소 등이 나타난다.
결핵이 감염됐다면 꾸준한 치료와 함께 전염을 줄이기 위한 생활관리가 중요하다. 결핵이 의심되면 기본적으로 흉부 X선 검사와 객담(가래) 결핵균 검사를 받는다.
대부분 약물치료를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할 수도 있다. 약물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기간에 규칙적으로 약을 먹는 것이다. 불규칙하게 약을 복용하다간 약이 듣지 않는 다제내성결핵으로 악화된다. 치료율이 50~60%로 떨어지고 사망할 수도 있다. 치료기간은 환자 상태에 따라 6~12개월 정도다. 다제내성결핵은 2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결핵예방백신(BCG)을 접종해야 한다. BCG를 접종하면 발병률이 5분의 1로 줄어든다. BCG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이와 함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서구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염력이 있는 결핵환자와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던 ‘밀접 접촉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보건소 등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