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프랜차이즈 점포 2년 만에 1만개↑
‘편의점 대국’ 일본보다도 밀집도 높아져
점포당 매출 12개월 연속 ‘뒷걸음질’
무인편의점 등 생존 위해 다양한 실험
10년 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했던 강모(54)씨는 현재 편의점 1곳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매년 급증하는 경쟁 편의점들에 치여 강씨의 편의점 당 수익이 40%나 줄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더는 견디기 어려워서다. 강씨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나니 일찌감치 점포를 줄인 게 더욱 천만다행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국내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점포수가 이달 4만개를 넘어선다. 3만개를 넘어선 지 불과 2년여 만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점포 수에 비해 점포 당 매출은 벌써 12개월 연속 뒷걸음치고 있다. 이미 ‘편의점 과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업계도 새 살길을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2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프랜차이즈의 올 2월 기준 점포 수는 CU 1만2,653개, GS25 1만2,564개, 세븐일레븐 9,326개, 이마트24 2,846개, 미니스톱 2,501개로 총 3만9,890개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개월 간 5대 편의점 점포 수가 월 평균 270개 가량 늘어난 추세를 감안하면, 이달 중 이미 4만개를 넘어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365플러스’(330여개), 서희건설의 ‘로그인’(150여개) 등 군소 프랜차이즈와 개인 점포까지 더하면 전국 편의점 수는 이미 올 초 4만개를 훌쩍 넘었을 걸로 추정된다.
은퇴 후 자영업 창업 아이템의 단골 후보로도 꼽혀 온 편의점은 최근 3년간 더욱 급성장을 거듭했다. 2007년 1만개를 처음 넘어선 편의점 개수는 2만개를 돌파하는 데 5년 가까이 걸렸지만, 4년여 만인 2016년 초 3만개를 뛰어 넘은 데 이어 불과 2년여 만에 4만개를 넘어서게 됐다. 최근 1년 간에만 약 5,000개가 급증한 결과다.
이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다출점 전략과 자영업자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일반 자영업자의 창업 3년 후 평균 생존율이 40% 미만인 데 반해, 편의점은 70%대에 이르고 인건비 비중도 식당이나 카페보다 낮은 편이다. 또 프랜차이즈 본부의 ‘최저수익 보장 제도’ 같은 안전망도 있어 요즘도 자영업자들의 선호가 높다.
하지만 이 같은 급성장세는 한편으로 짙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 국내 편의점 밀집도는 ‘편의점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이미 넘어섰다. 인구 2,200명당 1개 꼴인 일본에 비해, 국내 편의점은 1,300명당 1개가 운영 중이다.
자연히 예전만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국내 편의점의 점포당 수입은 뚜렷한 하락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 2월 사상 처음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3.5%)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줄었다.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 성장률(전년 대비 기준)도 2015년 26.5%, 2016년 18.2%, 2017년 10.9%로 계속 둔화하고 있다.
점포 수 증가율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최근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는 이마트24를 제외하면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신규 출점 수는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편의점간 경쟁뿐 아니라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H&B스토어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과 판매 품목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둔화한 탓이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생존을 위한 새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자체상표(PB) 제품 비중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 1,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국내 편의점 PB시장 규모는 대표적인 PB 제품인 도시락 열풍을 타고 2013년 약 2조6,0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지난해 각 편의점 업체의 PB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GS25가 42%, 세븐일레븐이 36%, CU가 19%를 기록했다. 이마트24와 미니스톱도 연내 PB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편의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서비스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이웃 일본 편의점의 교훈을 참고한 측면도 크다. 일본 프랜차이즈 체인 협회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 수(작년말 현재 5만5,400여개)는 최근 2년간 2,000개가 채 늘지 않았을 만큼 정체 상태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이에 올해 말까지 전국 1,000개점에 공유 자전거 5,000대를 배치한다. 패밀리마트는 내년 말까지 500개점에 코인 세탁기를 설치하고, 편의점이 있는 건물에 24시간 피트니스센터를 여는 등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CU는 최근 주택가, 상업지구, 학원가 등 입지에 따른 차별화가 가능하도록 컨설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 최초로 삼겹살 자판기도 설치했다. 세븐일레븐은 카카오뱅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입출금이 가능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하는 등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카페형 편의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24는 무인편의점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외부 전문가들과 미래형 편의점 연구ㆍ개발에 나섰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포화라는 말은 점포 수 2만개일 때도 있었다”며 “아직 편의점 수가 늘어날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신규 출점을 통한 경쟁보다 고객을 끌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수익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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