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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4만 경찰과 척진 한국당… ‘미친개’ 발언은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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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4만 경찰과 척진 한국당… ‘미친개’ 발언은 득보다 실

입력
2018.03.2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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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산 사상구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전국경찰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 회장인 유근창 경남경찰청 경위가 장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25일 부산 사상구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전국경찰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 회장인 유근창 경남경찰청 경위가 장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경찰이 세게 붙었다. 지난 22일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을 향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장 수석대변인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여당의 유력한 울산시장 후보로 꼽히는 송철호 변호사를 만났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황 청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송 변호사를 만난 시기에) 야당 국회의원 중 세 분과 1, 2차례 만났고 그 즈음 울산시장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지방경찰청장의 행보라는 점에서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김 시장 수사로 수세에 몰린 한국당 입장에서는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상황은 한국당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로 어느 때보다 민감한 경찰 조직이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모두 들고 일어난 것이다. 장 수석대변인의 ‘미친개’ 발언 직후 경찰 내부망에는 ‘돼지 눈으로 보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뜻의‘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이라고 적힌 항의 피켓을 들고 찍은 경찰들의 인증샷이 25일까지 3,000개 이상 올라왔다.

홍준표 대표는 23일까지 “미친개 논평에 대해 경찰 외곽 조직들이 조직적으로 장 (수석)대변인을 비난하는 모양이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공당의 대변인을 음해하는 적반하장”이라고 장 수석대변인을 감쌌다. 하지만 경찰 내부의 반한국당 정서가 심상치 않게 번지자 홍 대표도 움찔한 모양새다. 홍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려 “14만 경찰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주는 떡도 마다하는 울산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 수사권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고 타깃을 황 청장으로 좁히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뒤늦은 진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한국당이 잃은 게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울산시장 선거를 전국적 주목을 받는 지역으로 올려 놓았다는 것 자체가 한국당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그림이 됐다. 일반적으로 수성(守城) 입장에 있는 쪽에서는 변수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하지만 반대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산시장과 경남지사에 가려 있던 울산시장 선거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의무경찰과 일반직을 포함해 14만 6,00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공무원 조직과 척을 지게 됐다는 사실도 한국당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공무원 신분이기 전에 개개인이 유권자이기도 한 이들 경찰과 그 가족들의 표까지 계산하면 이번 논란은 ‘한 표’가 아쉬운 한국당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그동안 당은 물론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한국당 지도부를 향해 ‘말의 품격을 지켜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경고와 충고를 흘려 듣더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생겼다. 정치부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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