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에 대해 “볼턴과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볼턴 임명을 발표하기 직전 매티스 장관이 주변에 이같이 말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임명 결정을 사전 인지한 상태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날 다른 기사에서도 매티스 장관이 하루 뒤인 23일에 “볼턴과 함께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으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볼턴의 임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켈리 비서실장과 함께 이른바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군사행동을 막는 ‘어른들의 축’의 일원으로 불리는 매티스 장관이 볼턴의 임명에 대해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NYT는 볼턴의 임명을 놓고 민주당뿐 아니라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조차 “볼턴이 변덕스러운 미국 대통령과 협의하는 최종 인사가 될 경우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러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 전 대사는 "볼턴은 이란과 북한의 정권교체가 있어야 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그를 임명한 것은 분명한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 시사전문지 애틀랜틱은 이날 볼턴 내정자가 지난 2007년 펴낸 회고록 ‘항복은 선택지가 아니다’를 근거로 그가 북한 비핵화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부시 행정부 당시 제네바 핵 합의 파기와 관련, “볼턴은 북한이 클린턴 정부 시절 핵 합의를 속였고 계속 속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핵 합의 파기에 역할 한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날 예정이고, 이 기간 볼턴이 대통령에게 하는 조언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틀랜틱은 또 볼턴이 당시 회고록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햇볕정책’을 추구하는 점을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볼턴은 햇볕정책의 설계자인 김대중 대통령을 비판했고, 몇몇 한국 관료들과 외교관들을 북한의 ‘옹호자’라고 비판했다”면서 “그러나 이런 외교정책에 대한 볼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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