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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창시자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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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창시자 별세

입력
2018.03.25 16:5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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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수혜 속 “독재 선전” 비판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빈민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창시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2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9세.

베네수엘라 출신 클래식 음악가들의 ‘선생님’으로 통하는 고인은 1939년 5월 베네수엘라 북서쪽 소도시 발레라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음악 공부를 시작하고 10대 시절 수도 카라카스로 건너가 작곡을 배웠지만,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다. 정부의 경제 관련 부처에서 중요 직책을 맡는 등 경제학자로서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다 36세 때인 1975년, 그의 개인적 삶은 물론 전 세계 유소년 음악교육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올 씨앗이 뿌려졌다. 빈곤과 범죄, 마약 등 위험에 노출된 베네수엘라 아이들을 ‘음악의 길’로 인도하고자 카라카스 빈민가의 한 허름한 차고에 어린이 11명을 모아놓고 악기 연주법을 무료로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아브레우의 제안을 받은 정부가 모든 예산을 공식 지원하면서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가 탄생했고, 이 모델은 전 세계 60개국 이상으로 확산됐다. 40여년 동안 그 수혜를 입은 베네수엘라 어린이는 무려 1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스웨덴 왕립음악원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 2009년 아브레우에게 ‘음악의 노벨상’인 폴라음악상을 수여했다.

베네수엘라에선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당신의 유산은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손길과 목소리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엘 시스테마 출신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도 “사랑과 영원한 감사를 바친다”고 트위터에 썼다.

그러나 그를 향한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엘 시스테마가 베네수엘라의 독재 정치를 가리는 ‘선전물’ 기능도 수행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AP통신은 이날 “아브레우와 엘 시스테마는 최근 수년간 민주주의 파괴 행보를 보인 마두로 정권과 밀접한 유대를 맺은 결과, 그 명성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영국 음악학자 제프리 베이커도 엘 시스테마를 다룬 저서에서 아브레우를 “정치적으로 교활한 독재자”라고 묘사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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