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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차이나 패싱’ 내비쳤다면 트럼프 구미 당겼을 수도

입력
2018.03.24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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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표단, 스웨덴ㆍ핀란드행

1.5트랙 대화로 탐색전 가져

구체적 비핵화 대신 ‘선언’ 할 듯

북미 관계 진전되면 中 입지 줄고

北, 日과 직접 대화 가능성도 제기

4월 한미 군사훈련 축소 움직임도

5월 사상 첫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5월 사상 첫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내달부터 열릴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숨가쁘다. 집권 7년 만에 국제사회에 데뷔하는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대화국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국은 분주히 접촉면을 넓히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모처럼 치열한 대회전이 펼쳐지는 외교가의 뒷얘기를 듣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안보팀, 해외 특파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올해도 가을야구(가야)=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비공개 메시지가 궁금한데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공개를 안 하니 추측만 분분합니다. 오랫동안 미국이 공들여 온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 석방 문제가 아닐까요.

마음은 콩밭에(콩밭)=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 방안을 밝혔을 수 있죠.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에 과도한 자신감을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만나 담판 짓는 것을 더 선호할 테니 ‘실행을 하겠다’보다는 ‘실행 방법도 함께 논의해보자’ 정도일 가능성이 높죠.

철 들다 만 모모(모모)=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대북제재의 선봉에 서도록 압박했어요. 북중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너게 한 셈이죠. 북한으로서는 때리는 시어머니(미국)보다 말리는 시누이(중국)가 더 미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내밀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중국과 관련된 것일 수 있어요. 북한이 핵 문제든 북미관계 개선이든 ‘차이나 패싱’ 의지를 보였다면 트럼프의 구미에 가장 맞을 테니까요.

삼각지 미식가(미식가)=그런데 비공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김정은이 비핵화에 나설 것인지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구체적 조치보다는 선언적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야=북한 대표단이 잇따라 스웨덴과 핀란드로 날아갔는데요.

미식가=정상회담을 앞둔 탐색대화죠. 1.5트랙(정부+민간) 대화이지만, 현 시점에선 당사국 간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민간 학자들이 갔지만, 북한은 외무성 당국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메아리=외교부는 북미 당국간 접촉이 아니어서 정상회담 사전 정지작업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핵심 의제인 비핵화 논의가 이뤄지려면 외교부 당국자가 참여해야 하니까요. 북한은 간을 보러 온 거 아닌가 싶어요. 대체 미국은 뭘 원하는지, 자기들이 어느 정도까지 양보해주길 바라는지, 그 요구를 들어주면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해 뭘 해줄 수 있는지 등등이 궁금하겠죠. 주로 말하는 쪽은 한미, 듣는 쪽은 북한이었을 것 같습니다.

가야=남북정상회담을 왜 당일치기로 할까요. 판문점은 접근성이 좋은데.

달빛 사냥꾼(달빛)=남북 정상이 만나 군더더기 없이 비핵화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논의가 길어질 경우 하루 이틀 더 연장할 수도 있겠죠.

콩밭=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만나 얘기하자”며 자연스레 4차 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듯해요.

가끔 혼술(혼술)=사실 클라이맥스는 남북보다는 북미정상회담입니다. 그에 앞서 남북 정상이 여러 번 만나 과도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굳이 보일 필요가 없죠. 또 북한은 최고 지도자가 휴전선을 넘어 오래 머무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가야=4월에 ‘로키’로 치러질 한미 군사훈련이 논란인데요.

미식가=과연 미군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지난 정권만해도 우리는 전략자산 좀 보내달라고 애원해왔죠.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전략자산이 올 필요가 없다고 돌변한 겁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미측에 “핵잠수함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농을 건넸다는데, 농칠 일이 아닌 듯 합니다.

혼술=문정인 대통령 특보가 줄곧 한미 훈련 연기와 축소를 주장했죠. 청와대는 부인해왔지만, 돌이켜 보면 군불 때기였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모모=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략자산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짜증을 넘어 분노를 느낍니다. 힘으로 북한을 찍어 누르겠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대화와 타협과 평화적 해결을 입에 올리는 건 가증스런 일입니다.

가야=정세가 급변하는데 중국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네요.

모모=그간 시진핑 주석의 절대권력 체제를 완성하는 데 주력하면서 당장은 한반도 문제에 직접 개입할 만한 고리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한국과는 이런저런 소통을 하지만 북한과는 공식 교류가 거의 없죠. 이대로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에 뭔가 가시적인 진전을 이뤄내면 중국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특사를 보내든 정상회담을 하든 어떤 식으로든 북중 관계를 가시적으로 개선하려고 나서겠죠.

미식가=반대로 중국이 좀 더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소원해진 중국을 제치고 한국을 통해 대화 정국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따라서 당장 중국의 도움이 절실해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대북제재의 키를 쥐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자신의 몸값이 가장 높아질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가야=뒷전으로 밀려난 일본은 조바심 내는 기색이 역력한데요.

도쿄 석사마=아베 정부는 북한 동향을 한마디라도 귀동냥하려고 난리가 났습니다. 바로 일본인 납치자 문제입니다. 우리 정서상 별 관심이 없지만, 정부가 적극 개입해 북한에 일본 입장을 어필할수록 대일 지렛대가 커질 겁니다. 특히 남북ㆍ북미 간 연쇄 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일본의 입지는 복원되기 힘들겠죠.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대비해야 합니다. 아베 총리는 4월 중순 방미 후에 이란으로 날아가 핵 이슈에 끼어들고, 돌아와서는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이후에는 일본 외교의 최대현안인 중일 관계 정상화를 밀어붙일 겁니다. 홀로 북일 대화를 거론하는 아베가 당장은 측은해 보이겠지만, 한반도 정세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5개국이 각자의 입장에서 수 싸움에 나선 고차방정식입니다. 북한이 초조해진 일본과 직접 대화를 터서 모두를 당황시킬 수도 있습니다.

미식가=대화정국으로 전환에 성공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장면이 아베 총리의 움직임입니다. 미국보다 더 북한에 강경입장을 보여왔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되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북일 관계 개선 중재도 부탁했습니다. 북핵 협상 판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부단히 뛰는 모습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허황된 말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아베를 보며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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