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계재단 대해부] MB의 수상한 유산, 청계재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계재단 대해부] MB의 수상한 유산, 청계재단

입력
2018.03.24 09:00
1면
0 0

#1

500억대 자산, 재단 관계자들 비리 연루

운영비가 장학금 지급액의 2.9배

건물 1채 매각 후 관리비 되레 늘어

관리비ㆍ인건비 등 부풀린 정황도

#2

장학금 지급액 6년새 반토막

“복지재단으로 변신” 계획 불구

복지부, 목적사업 변경 요청 불허

#3

‘다스 상속 통로’ 정황 뚜렷

장학금 지급액 < 세금 감면액

수십억대 양도세도 감면 혜택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온종일 비구름과 안개로 잔뜩 찌푸린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5층 503호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하며 2009년 8월 설립한 청계재단의 사무실이다. 이 건물에 입주한 법무법인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문이 열려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벨을 눌렀더니, 한 여성이 “누구시냐”고 물었다. 장학사업과 관련해 취재할 것이 있다고 하자 “안 하겠다”고 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이전에 전화로 취재를 요청했을 때도 번번이 거절당했다. 장학사업 취재를 거부하는 장학재단이다.

장학사업을 목적으로 세워진 공익법인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출연자일 뿐, 그와는 법적으로 독립돼 있다. 하지만 청계재단은 실무자부터 이사회까지 이 전 대통령의 수족과 다름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23일 새벽 구속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와 비자금 조성 실무를 도맡아온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불린 이 사무국장은 횡령ㆍ배임ㆍ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앞서 구속기소됐다. MB의 구속영장에서 드러났듯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처남 명의의 다스(DAS) 주식을 세금문제 없이 넘겨받고 상속하기 위해 설립한 정황도 뚜렷하다. MB시대의 ‘유산’과 다름없는 청계재단이 끝내 이 전 대통령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하면 청계재단은 존속 10년 동안 얽히고설킨 ‘MB와의 인연’으로 인해 더 휘청일 수밖에 없다. MB의 몰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청계재단의 과거와 현재를 공시자료(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와 운영실태 자료 등을 통해 상세히 들여다봤다.

2009년 7월 6일 송정호 당시 재단법인 청계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332억원의 사회기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후 감정을 통해 출연 재산은 400억원 가량이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7월 6일 송정호 당시 재단법인 청계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332억원의 사회기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후 감정을 통해 출연 재산은 400억원 가량이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장학금 지급액 6년 사이 절반이상 줄어

현재 청계재단 직원은 사무국장과 여성 직원 단 두 명. 사무국장(이병모)이 구속되면서, 사실상 직원 한 명이 505억원 자산 규모의 재단 실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재단 관계자들은 비리에 연루됐으며, 장학금 지급액은 계속 줄어왔고, 세금 감면 혜택이 장학금 지급액보다 더 많아 일찌감치 ‘공익’을 져버린 공익법인. 더구나 청계재단 공시자료에는 운영비를 부풀린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발견된다. 이런 공익법인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MB의 비리의혹이 커가면서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실적은 추락해왔다. 청계재단이 사업을 시작한 2010년 장학금 지급액은 6억1,000만원(기부금 3억여원 포함). 이것이 2016년 2억6,000만원으로 반 토막 이상 줄었다. 이 정도의 장학금 지급이 과연 재단 본연의 설립 취지를 유지하는 규모라 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였던 2007년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 “어려운 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2009년 재단 설립 당시 재단 설립추진위원회 송정호 위원장(전 법무장관)은 “이 대통령이 출연한 건물의 임대료가 재단 사업의 재원”이라며 “월 임대료 수입은 9,000여만원, 1년에 11억원 가까운 돈이 된다. 그중 약간의 관리비를 빼고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출범 당시에도 청계재단의 총자산 가액은 400억원 가량(건물 3채, 예금 등)에 이르렀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임대료 수입 등은 예상과 비슷하거나 더 많았는데도 첫해부터 청계재단 자금으로 지급한 장학금은 3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잘 운영되는 공익법인은 기부금 유치를 적극적으로 해 공익사업의 저변을 넓히는데, 청계재단은 이러한 활동이 거의 전무하다. 2010년, 2011년 각각 3억원 가량을 기부받아 장학금에 썼으나,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사위(조현범)가 대표로 있는 한국타이어가 출처인 돈이었다. 사실상 장학사업 확대를 위해 재단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2010년 사망한 김재정씨(이 전 대통령의 처남)의 부인 권영미씨가 2010년 11월 남편 보유 다스 지분 5%(1만4,900주ㆍ평가액 101억 3,800만원)를 청계재단에 출연해 청계재단 자산은 100억여 원 증가했고, 이에 대한 배당금 수익이 2012년부터 매년 1억3,000만~1억4,000만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이 수익은 결과적으로 장학금을 늘리는 데 쓰이지 않았다.

청계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 두 채 중 하나인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입구. 홍인기 기자
청계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 두 채 중 하나인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입구. 홍인기 기자

복지 사업 확대 위해 장학금 줄였다는데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2016년 중학생 28명, 고교생 98명, 대학생 8명에게 총 2억6,68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복지사업을 위해 노숙인 지원에 1,000만원, 인터넷중독자 치유센터에 3,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고 명시돼 있다.

청계재단은 향후 장학재단이 아닌 복지재단으로 변모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청계재단 이사회의 한 이사는 “주로 중ㆍ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고교 무상교육 논의가 있어서 장학사업을 줄이고 복지사업을 늘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청계재단 홈페이지에도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자녀, 국가유공자자녀, 소년소녀가장 등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 학자금을 지원해 왔다”며 “2010년 선발된 450명 학생이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2013년 이후부터는 장학생 선발 대상과 절차를 바꾸겠다”고 의견을 받는다고 공지돼 있다.

하지만 드러난 사실에 비춰보면 복지재단으로의 변신을 위해 장학금 지원액수를 줄여왔다고 믿기 힘들다. 청계재단은 2016년 목적사업을 장학사업에서 복지사업으로 변경하겠다고 서울시교육청에 허가를 요청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복지사업으로 4,000만원을 지출했으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없다”라며 “이후 사업도 포괄적으로 적시했다”고 사실상 불허했다.

더구나 청계재단이 인터넷중독자 지원을 위해 2015, 2016년 각 3,000만원을 지급한 ‘재단법인 두레문화마을’은 MB의 최측근인 뉴라이트 계열 김진홍 목사가 설립한 곳. 지난해 이와 관련해 ‘정치적 지원’이라는 논란이 일자, 청계재단 측은 “두레문화마을에서 연락이 한 번 왔고, 우리가 확인해보고 가능하겠다 싶어 지원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장학금이나 복지사업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는 확인이 될까. 감독권한을 가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자료를 내게 돼 있다”라며 “담당자가 장학금을 받은 사람에게 일일이 전화해볼 수 있지만 확인 방법은 담당자의 재량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청계재단 소유의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건물 현관에 공실이 있음을 알리는 ‘임대’ 표시가 붙어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20일 청계재단 소유의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건물 현관에 공실이 있음을 알리는 ‘임대’ 표시가 붙어 있다. 홍인기 기자

MB 비리, 청계재단 운영에 악영향

청계재단은 자산이 500억원 가량이지만, 자산 자체에는 손을 안 대고 자산운용 수익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두 개의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과 다스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 그 외 금융자산 이자 등이 고정 수입이다. 2016년 13억3,000만원 가량이었다.

건물 임대료 수입 등이 많을수록 재단에 이익이 되고, 나아가 장학사업 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영포빌딩 1층 101호는 현재 공실이며, 임차인을 찾고 있다. 애초 청계재단 사무실이 이곳에 있었으나, 2016년 5층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ㆍ법원이 모여 있는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대부분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검찰, 법원이 지척 거리에 있어 지리적으로 최적의 조건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비리 수사가 본격화하고 청계재단의 연관성이 드러나 기자들이 몰리면서 101호 사무실은 오랫동안 임대가 되지 않고 있다.

2층에는 다스 서울사무소가 들어서 있는데, 이곳도 청계재단 사무실처럼 외부 출입을 차단하는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서울사무소 관계자에게 임대료로 청계재단에 얼마를 내는지를 묻자 “본사에 물어보라”고 했고, 다스 본사에 문의하자 “업무 외의 문제는 답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빼돌려 각종 비밀자료와 함께 보관한 곳도 이 빌딩 지하였다. 1층 계단을 내려가 지하로 통하는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재단의 자산으로, 장학ㆍ복지 사업을 위한 수익의 원천으로 써야 할 건물이 이렇게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었다.

의혹 커지는 운영비 부풀리기 정황

청계재단은 2015년 보유 중이던 3개의 건물 중, 서울 양재동 영일빌딩을 145억원에 팔았다. 이 전 대통령이 자산을 출연하면서 은행부채(50억원)까지 넘긴 바람에, 이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영일빌딩은 5층짜리 건물로 다른 두 개 건물(영포빌딩, 대명주빌딩)과 비슷한 규모다. 때문에 재단 측의 비용으로 책정되는 건물관리비 등이 크게 줄어야 상식적이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 보고서와 국세청 공시 자료를 보면, 청계재단의 전체 관리비(건물관리비, 감가상각비 등) 액수는 2015년 5억8,230만원에서 2016년 5억7,770만원으로 고작 460만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이 중 ‘건물관리비 외’ 항목은 2015년 3억6,900만원에서 2016년 4억300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영일빌딩을 매각함에 따라 임대료ㆍ관리비 수입은 2015년 13억8,000만원에서 다음 해 10억5,000만원으로 상당히 줄었는데도, 건물 관리비 지출은 늘었다니 이상한 대목이다. 비용을 부풀릴 경우, 장학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줄일 수 있고 비자금 조성도 가능해진다.

직원 급여와 관리비를 합친 비용이 2016년 7억6,000만원에 달해, 장학금 지급액의 2.9배였다.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학재단에서 운영비가 장학금보다 훨씬 많은 ‘배보다 큰 배꼽’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청계재단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재단 이사회의 한 이사는 “재단 직원 2명, 경비ㆍ전기 등의 관리에 10여명이 일한다”라며 “관리비ㆍ수리비가 많이 들지만, 수치적으로 자세한 부분은 잘 모른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영포빌딩은 경비원 2명이 교대근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명주 빌딩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음식점이 건물을 전부 임대받았고, 청계재단에서 고용한 별도의 경비원은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다스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모씨가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 재단 살림을 도맡아온 것은 불안한 대목이다.

세금혜택이 장학금 지급액보다 많아

청계재단이 공익법인으로서 받는 세금 혜택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일보가 회계ㆍ세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국세청의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계재단은 2009년부터 한해 1,000만~3,000만원 가량의 법인세(2016년은 건물 매각 수익 세금 포함 7억여원)를 납부하고 있다. 법인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은 해도 있고, 수 백만원에 불과한 해도 있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공익법인은 공익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세금을 안 내고, 수익 사업 중에서 순익이 남으면 그것에 대해서만 법인세율(순익에 따라 10~22%)대로 세금을 내면 된다”라며 “수익사업 순익도 50%는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으로 설정해서 비용처리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전혀 안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계재단의 자산과 수입을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었다면 세금을 얼마나 냈을지 따져봤다. 개인 소득에는 40%가량의 소득세 최고세율(연도별로 38~42%)을 적용받는다. 매년 임대료 등의 수입 총합이 15억~16억원 가량이었으니 6억원이 넘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개인 임대료 수입이라도 부동산의 감가상각비, 수리비용, 관리인 인건비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 소득세를 계산한다. 이를 넉넉히 잡아 5억원 정도로 산정할 때, 전체 수입 15억원에서 5억원을 제외하고 한해 소득세를 계산하면 4억원 정도가 된다.

한해 3억원 가량이었던 청계재단의 장학금ㆍ복지사업비와 법인세를 합쳐도 이 전 대통령이 사재로 가지고 있었을 경우 내야 할 세금보다 대체로 적다. 더구나 양도소득세(개인은 차액의 최대 40%가량, 공익법인은 법인세율만 적용), 재산세(개인 자산 적용세율의 5분의 1) 혜택까지 포함할 경우 청계재단이 얻는 세금 감면 혜택은 급격히 커진다. A회계법인 박모 회계사는 “청계재단은 영일빌딩 매각대금에서 2009년 출연받았을 때 당시 감정가를 빼서 차익을 계산하지만, 이 전 대통령 개인은 그 빌딩을 이보다 훨씬 전에 샀기 때문에 엄청나게 값이 올랐을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구입했을 때를 기준으로 차익을 계산해서 양도세를 매길 경우 수십억원이 나왔을 것이다”고 말했다.

막대한 세금혜택과 적은 장학사업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세금 회피나 편법상속을 위해 재단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다. 재단에 출연하는 돈이나 주식(공익법인 종류별로 최대 5%나 20%지분까지)은 증여세나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고, 추후 이 전 대통령이 아들 이시형씨를 재단 이사 등으로 선임토록 해 시형씨가 재단을 지배하게 되면 편법상속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재단은 해산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헌의 의미는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공익재단은 만들면 사실상 국가가 할 일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출연할 때 증여세 등도 내지 않는 것”이라며 “해산하면 국가에 귀속된 후 다른 장학재단으로 합쳐진다”고 말했다. A회계법인 박 회계사는 “세금혜택보다 장학금이 적어서 청계재단 운영이 국가적으로는 손해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며 “그러나 재단 자체가 다시 사재로 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 공헌 취지가 있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계재단 이사들 “운영에 MB관여 안 한다”

청계재단은 2009년 설립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의 절친한 대학 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지낸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둘은 최근 이 전 대통령의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 외 이사진도 모두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맡았고 이 전 대통령의 절친이자 고려대 동문이다. 이재후 김앤장 변호사는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맡은 적이 있으며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모임에 참여했었다.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사회정책수석을 맡았다가 제자 논문 표절 및 영종도 농지 투기 거짓 해명으로 조기 낙마한 바 있다.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는 MB정부에서 서비스산업 선진화 민관공동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고,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명박 대선후보 정책자문단 출신,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의 ‘테니스 모임’ 회원이었으며,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은 MB 정부 초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지냈다.

이들 9명 이사진 중 4명만이 취재에 응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A이사는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통화를 하고 연락을 주고받지만, 재단 운영은 이사회 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왕재 이사는 “서울시장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을 도왔지만, 대통령하고 재단 이야기를 해본 적 없다”라며 “나는 여러 장학회 이사를 하고 있으며, 청계재단은 주변 분들이 한다고 하니까 동참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뭔가 컨펌(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좋은 재단”이라고 했다.

유장희 이사도 “취지가 좋고 본래대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사회가 정식 출범할 때 대통령이 기부자니까 이사들과 만난 적이 있지만 결정은 이사회에서 한다”고 말했다. 이왕재 이사는 권영미씨가 다스의 지분 5%를 청계재단에 출연한 과정에 대해 “재단에 현금이 너무 없어 어렵다고 하니까 청계재단으로 주식을 넣은 것”이라며 “하지만 주식을 팔지 못해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우리가 배당 좀 해달라고 하니까 나중에 배당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사 보수를 받지 않으며, 오히려 한해 100만~200만원씩 갹출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을 청계재단 측에 요구했으나 거부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