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이 1,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지나친 반도체 쏠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97억1,000만 달러로 전년(622억3,000만 달러)보다 60.2%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역대 최고치”라며 “단일품목 중 연간 수출액이 900억 달러를 돌파한 것도 반도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도 반도체 수출은 2월까지 190억1,000만 달러를 기록, 1년 전보다 47.3%나 증가했다. 지난 2016년 11월 이후 1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다.
이에 따라 반도체가 지난해 전체 수출(5,737억 달러)에서 차지한 비중은 17.4%로, 전년(12.6%)보다 4.8%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분기별로 보면 작년 2분기 15.7%, 3분기 17.8%, 4분기 20.4% 등 갈수록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주력 제조업 중 반도체만 수출단가와 물량이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지나친 반도체 치중을 경계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특정 산업 의존도가 너무 커지면 해당 산업의 업황에 따라 전체 경제의 불안전성이 크게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반도체 수출 편중화에 따른 국내 경제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제와 세계 반도체 시장간 상관계수는 1997~2008년 평균 0.46에서 2009~2017년 0.82로 상승했다. 1에 가까울수록 연관성이 높다. 오세진 산업은행 연구원은 “세계 반도체 거래액이 1% 변동할 경우, 국내 GDP 증가율에 0.09%포인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 의존 수출구조는 미중 무역전쟁 등 통상 파고에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은 920억 달러로, 이중 반도체(전자집적회로, 트랜지스터 등) 비중이 25%로 가장 높다.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한 중간재(반도체)로 완성품을 만든 뒤 미국 등에 수출하는데, 미국이 중국산 상품 수입을 제한하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조치로) 반도체 등 전자제품 중간재의 대중 수출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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