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최고층 12층에 배정
예우 차원 같은층 방 모두 비워
첫 아침식사로 빵과 두유 샐러드
가족 면회 왔지만 접견은 못해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구치소 수용자 신분으로 3평 넓이 독거실(독방)에 머물며 수인번호 716번으로 불리게 됐다.
23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0시20분께 서울동부구치소에 도착해 신분확인, 건강진단, 개인물품영치, 수용 물품 지급 등 일반 구속 피의자와 똑같은 입소 절차를 거친 뒤 독방으로 들어갔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이 전 대통령은 미결수 수의로 갈아입은 후 왼쪽 가슴에 수용자 번호를 달고 수용기록부 사진(일명 머그샷)도 찍었다. 구치소 측은 이 전 대통령에게 수용자번호 716번을 부여했다. 원칙대로라면 구치소 안에서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이라는 호칭 대신 가슴에 달린 수인번호로 불린다.
법무부는 전직 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독방에 수용하고 전담 교도관 6명을 배치했다. 배정된 방은 동부구치소 가장 높은 층인 12층에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 등을 고려해 12층 ‘라인’은 모두 비워놨다고 한다. 동부구치소의 경우 운동시설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수용자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방은 3평 정도(10.13㎡)로 화장실(2.94㎡)을 포함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구치소 독거실(화장실 포함 10.98㎡)보다 조금 넓다. 내부에는 TV, 거울, 접이식 매트리스,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등이 있다. 영치금으로 제한된 금액(하루 4만원) 안에서 일부 물품을 구매할 수는 있으나 흉기로 쓸 우려가 있어 플라스틱 제품만 준다.
식사는 1,400원짜리 ‘1식 3,4찬’을 준다. 이날 아침 식단은 빵과 잼, 두유, 양배추 샐러드, 점심은 김치찌개와 멸치볶음, 저녁은 수제비국과 어묵조림 등이 나왔다. 수용자들은 식사 뒤 세면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씻어서 반납해야 한다.
일과도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다. 하루 45분 정도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고 또 하루 한 차례 10~15분간 외부인 면회가 가능하다. 이날은 장남 시형씨와 장녀 주연씨 등 가족들이 면회를 왔지만 접견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취침시간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30분까지다.
23일 새벽 구속수감된 이 전 대통령은 불면의 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반 수용자와 동등하게 처우하되 전직 대통령 수용 사례도 함께 고려해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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