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등 대화파 빠진 자리
‘슈퍼 매파’ 삼각편대로 채워
“대외정책 대결적 접근 신호탄”
볼턴 “이란 정권 전복 노력을”
트럼프보다 핵협정 문제 강경
대북ㆍ대중 정책도 더 날세울 듯
“미국 현대사에 있어 대통령 주변에 가장 급진ㆍ공격적인 외교 정책팀이 등장했다.”
22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고, 그 후임자로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 초강경 입장을 보여 ‘슈퍼 매파(super hawkish)’로 꼽혀온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내정된 데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백악관 내 외교안보 사령탑이 될 볼턴 내정자가 최근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기존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 등 다른 강경파 인사 2명과 손발을 맞추게 된데 주목한 것이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이란 핵협정 파기 위기, 관세부과를 둘러싼 세계 무역전쟁 등을 앞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코드에 부합하는 강성 외교안보 라인 ‘완전체(體)’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정세는 더욱 요동칠 전망이다.
일단 미국의 대외 전략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성 일변도가 되리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NYT는 “(볼턴의 등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대외 정책에서 보다 더 대결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도 “볼턴의 임명은 전 세계 위기에 대한 미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턴의 등장은 당장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 정세에 큰 변화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핵협정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타결된 이 협정을 “끔찍한 합의”라고 비판하며 탈퇴 방침까지 시사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백악관 참모들이 핵협정 파기는 안 된다고 설득한 탓이다. 그런데 볼턴 내정자는 이란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보다도 훨씬 강경한 입장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폐기하고, 테헤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해야 하며, 이란 정권의 전복(체제 변화)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폼페이오 지명자, 헤일리 대사 역시 이란에 대해선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유화접근을 선호하지만, 볼턴 내정자가 이런 흐름을 바꿀 가능성도 예상된다. 영국 가디언은 “모스크바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해 왔던 볼턴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우호적인 접근과 어떻게 공존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볼턴이 ‘러시아 때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미 언론들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균형추’가 백악관에서 점점 사라진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NYT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맥매스터 전 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3인방이 ‘워싱턴의 지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매티스만 남았고 그 역시 얼마나 더 자리를 지킬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 봤다. ‘볼턴-폼페이오-헤일리’라는 강경파 삼각편대의 목소리가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정책에서 유화적 성향의 ‘이견’을 들을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그 결과 외교적 협상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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