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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모 아니면 도… 북미 정상회담 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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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모 아니면 도… 북미 정상회담 판 커진다

입력
2018.03.23 18:3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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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리비아식 핵폐기 요구하고

결렬 땐 군사행동 가능성

반대로 빅딜 시도 나설 수도

일본 도쿄에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이 걸린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이 걸린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되면서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라인이 진용을 갖췄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국무장관에 지명된 데 이어 볼턴 기용으로 대북 초강경 인사들이 외교라인을 장악하게 됐다. 이에따라 그렇지 않아도 리스크가 높았던 북미정상회담이 ‘모 아니면 도’식의 초대형 도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 충성파들의 등용은 정상회담 성공 시 20년 이상 지지부진했던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엄청난 결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 시 대북 군사행동이라는 파국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크게 높인다.

실제로 볼턴 내정자는 최근까지도 대북 선제공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그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며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설파했고, 후일 WMD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사담 후세인 정부를 전복하려는 결정이 옳았다”고 강변한 전례가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한반도 정세가 해빙무드에 접어든 지난달 28일에도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것은 법적ㆍ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와 ‘투 톱’을 이뤄 정상회담 실무작업을 할 폼페이오 지명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데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누차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볼턴 내정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리비아식 선(先) 핵포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핵무기를 폐기하고 미국 테네시주 안보단지 창고에 핵 시설물을 보관하는 것과 같은 13년 전 리비아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리비아는 2003년 핵무기 개발 계획 포기를 선언한 뒤 미국이 요구한 검증방안을 수용했고, 이후 핵폐기 완료 후 2006년 미국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방식에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동결 및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지에서 더 이상 양보하지 않는다면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 볼턴 내정자는 RFA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시간을 벌려 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한다면 시간 낭비를 피하고자 아마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 및 비핵화’와 같은 빅딜을 시도할 경우 이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벼랑 끝 협상’을 구사해 온 북한의 노회한 외교전략을 감안하면 북미협상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23일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에 흐르고 있는 좋은 분위기는 우리의 주동적인 조치들과 노력에 의하여 마련된 것이다. 결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 때문에 조성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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