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는 프로농구 10개 팀 중 유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중위권 단골 손님으로 ‘봄 농구’에는 자주 초대 받았지만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2007년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한 팀에서만 10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주장 정영삼(34)은 우승 반지를 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우승을 위해서는 주장이자 베테랑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올해 정규리그에서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46경기에 나가 평균 4.5점 1.2리바운드 0.8어시스트로 데뷔 후 가장 저조한 기록을 냈다.
정영삼에게 12년 만에 ‘우승 한풀이’를 한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최우수선수 김정은(31ㆍ아산 우리은행)은 좋은 자극제였다. 김정은의 21일 우승 장면을 중계방송으로 지켜본 정영삼은 이튿날인 22일 전주 KCC와 6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3차전에서 3점슛 5개 포함해 17점을 넣어 팀의 100-93,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1, 2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쳐 후배들 보기 부끄러웠지만 시리즈 운명이 걸린 3차전에서 마침내 제 몫을 했다. 정영삼의 한 경기 3점슛 5개는 자신의 플레이오프 역대 최고 기록이다.
정영삼은 “후배들에게 조금 면목이 선다”며 “내 자리에 다른 선수들이 들어왔어도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농구에서 김정은이 챔피언에 오른 것을 보고 올해는 꼭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노장이라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 허락된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 4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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