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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입지가 불안한 패권자, BMW X3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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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입지가 불안한 패권자, BMW X3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입력
2018.03.2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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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는 '잘 달리는 SUV'임에는 분명하다.
BMW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는 '잘 달리는 SUV'임에는 분명하다.

BMW의 프리미엄 SUV, X3의 시승에 나섰다. 이번 시승 차량은 BMW X3의 국내 판매 라인업 중 최상위 모델인 ‘X3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사양으로 무려 8,36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이 가격표를 보고는 머리 속으로 1,000만원 가량 저렴한 볼보 XC60이나 캐딜락 XT5가 순간 스친다.

어쨌든 이번 시간은 눈 앞의 X3에 집중해야 한다. 기자는 곧바로 X3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BMW의 디젤 엔진은 무척 매력적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어느새 BMW는 디젤 자동차 전문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도 될 만큼 디젤 엔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동화 파워트레인도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차량 판매의 중심에는 디젤 모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시장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엔진을 보았다.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265마력과 63.2kg.m라는 두터운 출력을 자랑한다. 2.0L 터보 엔진의 이름을 슬그머니 ( )30i으로 바꾼 가솔린 엔진에 반해 디젤 모델은 6기통 3.0L 엔진에 30d를 유지하고 있어 되려 감사함이 들었다.

기어 레버를 당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풍부한 출력이 느껴진다. 제원 상 단 5.8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스포츠 모델’급 가속력을 과시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연 강력하면서도 이러한 강력함을 고른 RPM 영역에서 뿜어 낼 수 있는 엔진과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 배분하는 변속기 및 xDrive의 존재가 빛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네 바퀴에는 피렐레의 고성능 타이어 P 제로가 장착되어 아스팔트를 놓치지 않는 덕이다.

다만 이러한 세팅은 누가 보더라도 ‘SUV’에게는 그리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실제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물음표와 느낌표가 머리를 가득 채운다.

고급스러운 감성을 한껏 자랑하며 BMW의 최신 감성을 대거 탑재한 실내 공간은 제법 안락하면서도 풍부한 출력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번 달리기 시작한 X3의 움직임은 상당히 노골적이고 직관적으로 탑승자에게 전해졌다. 실제 차분한 인테리어가 무색할 정도로 노면의 진동이 거세게 느껴지는 편이다.

물론 속도가 낮을 때에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그대로 느껴지는 편안함이나 풍족한 느낌은 제법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BMW를 그렇게 탈 이유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속도를 높였을 때다.

단도직입적으로 X3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는 워낙 뛰어나고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게다가 뛰어낸 8단 변속기와 그 출력을 노면에 효과적으로 전하는 xDrive 역시 자리한다. 다만 문제는 X3는 속도를 높여 고속 주행에 나섰을 때에는 하체의 지나친 견고함이 약점으로 두드러지며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노면의 충격을 충분히 거르며 지나야 할 부분에서도 그 충격을 실내로 전하며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일상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반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속 영역으로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점은 아쉬울 뿐이다.

매력적이지만 한계가 있는 스티어링 휠

스티어링 휠의 직관적인 반응이나 조향의 피드백은 분명 매력적이다. 이는 BMW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이며 어떤 차량이든 BMW의 혈통이 흐른다면 강점으로 평할 수 있는 부분이다. X3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SUV라고 하기엔 너무나 경쾌하고 또 직관적인 반응이 ‘역시 BMW’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다만 이러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너무나 무거운 것은 마음에 걸린다. 물론 스포티한 차량이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는 스티어링 휠을 탑재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지만 X3에는 ‘이렇게 무거운 스티어링 휠’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변속기

BMW의 강점 중 하나는 역시 변속기가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반응, 그리고 수동 변속 모드 시 운전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점, 그리고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피드백을 구현하는 점까지 모든 부분에서 매력을 드러낸다. 덕분에 어떤 상황이라도 X3는 만족스러운 감성을 과시하며 운전자를 즐겁게 만든다.

경쟁자들의 등장에 위축되는 X3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최근 프리미엄 SUV 시장은 무척 치열하다. 이에 따라 정말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도전자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X3의 실내 공간은 과연 완벽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소재 부분에서는 분명 프리미엄의 감성이 느껴지는 건 맞겠지만 실내 공간이나 구성의 배려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살내 공간을 넓게 확보하지 못한 점도 조금은 아쉽고 시트 포지션 역시 지나치게 ‘서 있는 구성’이라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사운드 시스템은 최근 경쟁 모델들의 상품성을 더욱 강조해줄 정도로 큰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었다. 참고로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트렁크 적재 공간도 조금 아쉽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깔끔한 그래픽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그리고 아직 경쟁 차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제스처 컨트롤’을 적용해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물론 제스처 컨트롤이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그 기능의 인식이 기대보다 못하는 점은 여전히 BMW가 고민해야 할 일일 것이다.

끝으로 디자인 이야기를 해보자.

디자인은 언제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단도직입적으로 X3의 외형의 모습은 전형적인 SUV의 감성이 담긴 BMW다. 이제는 어디까지 크게 변할지 궁금한 키드니 그릴과 의외로 ‘앞트임’을 적용하지 않은 헤드라이트를 탑재한 전면 디자인은 분명 새로운 디자인이지만 ‘완전한 신차’라는 느낌이 크지 않는다.

이는 익숙함으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반면 ‘심심하다’는 표현도 가능할 것이다. 덧붙여 최근의 BMW가 그랬던 것처럼 X3 역시 M 스포츠 패키지를 둘렀다. 덕분에 스포티한 감성의 바디킷과 M 엠블럼을 곳곳에 배치하고 M 감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알로이 휠까지 더하며 시각적인 매력을 더하고 있다.

패키지라고는 하지만 M의 난립이 진짜 M 오너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측면은 쿠페형 SUV와는 확실히 결이 다른 모습이다. 윈드쉴드 뒤로 이어지는 높은 루프라인은 실내 공간의 여유를 강조한다. 측면 패널에 더해진 라인은 BMW 고유의 감성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표현했다. 한편 후면 디자인 역시 전면과 같이 심심한 변화를 맞이했다.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명확해진 느낌이지만 ‘새로운 감성’은 크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매력적인 X3를 바라며

BMW에게 바라는 점은 결국 ‘정말 새롭고 발전된 X3’를 보고 싶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의 X3 대비 새로운 X3가 발전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또 차량 자체의 매력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X3 하나만을 보았을 때에 한정된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 모델들과의 비교를 한다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X3를 만나는 시간은 보다 더 매력적인 BMW를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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