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캠퍼스에 독특한 게시물이 붙었다. 고려대 학생들이 응모한 ‘망한 시간표 경진대회’ 수상작들이다.
이 대회에 응모한 학생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진 시간표를 제출했고, 많은 대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근처를 지나던 학생에 의해 이 대회 수상작들이 촬영됐고, 22일 오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빠르게 퍼졌다. “재치있고 웃기다”는 반응이 온라인상에서 줄을 잇고 있다.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지난 16~18일 이번 학기 가장 망한 시간표를 뽑는 ‘망한 시간표 경진대회’를 열었다.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응모가 진행됐다. 약 40명의 학생들이 이번 학기 시간표를 올렸고, 대상 3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입상했다.
대상을 차지한 김모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교시 수업이 있었고, 나머지 수업은 모두 오후 4시 이후 진행되는 7, 8교시에 몰려있었다. 이 학생은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이 10시에 끝나면 다음 수업이 시작되는 오후 4시까지 무려 6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했다.
이 대회에서는 대상뿐 아니라 ‘연강상’ 등을 받은 학생의 시간표도 눈길을 끌었다. 연강상의 경우 쉬는 시간 없이 수업 시간표를 짠 학생에게 돌아갔다. 상을 받은 최모씨의 시간표를 살펴보면 공강인 금요일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듣는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쉼 없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에 따르면 올해 처음 개최된 이 대회의 취지는 ‘교육권리찾기운동’과 관련돼 있다. 학생회는 “학우들이 즐겁게 시간표를 공유하면서 관심을 좀 더 본질적인 문제로 환기시키고 싶었다”며 “망한 시간표를 갖게 된 원인이 학생들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현행 수강신청제도와 절대적인 개설 강의 부족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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