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아 이렇다 할 행사 없이 사내 동영상 상영과 80년사를 압축한 온라인 사진전으로 기념일을 갈음했다. 청과와 건어물 판매로 출발한 80년 전 ‘삼성상회’는 60여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고 3만원이었던 자본금은 360조원으로 불어나며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지만, 총수 부재에다 국정농단 연루 등 일련의 사태가 겹치며 우울한 80번째 생일을 보냈다.
‘맏형’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날 오전 창립기념식을 하지 않고 각 사별 사내방송을 통해 ‘도전의 길:개척의 발걸음을 내딛다', ‘초일류의 길:세계를 향해 비상하다’ , ‘미래의 길:100년 삼성을 준비한다’로 구성된 7분 분량의 동영상을 시청했다.
임기를 마치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3명은 동영상을 통해 ‘변화’와 ‘상생’을 강조했다.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금이 우리 임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법,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변화시켜야 할 기회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은 수많은 협력사가 도와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부근 CR 담당 부회장은 “선후배 임직원의 노력과 헌신이 모여 불가능을 가능케 했고, 오늘날의 글로벌 일류회사를 일궈냈다”고 평했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38년 3월 1일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시작해 원래 삼성의 창업기념일은 3월 1일이었다. 하지만 1987년 총수가 된 이건희 회장이 이듬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창립기념일을 3월 22일로 변경했다.
한편 삼성상회의 후신인 삼성물산은 이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제5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지난 4년간 대표이사 사장(건설부문장)을 맡은 최치훈 이사회 의장과 이영호 건설부문장(사장), 고정석 상사부문장(사장), 정금용 리조트부문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삼성물산 기관투자자 중 가장 많은 5.57%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들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승인한 이사회 구성원이란 이유로 반대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에서 소액 주주들은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 당했다", “합병 때 기대한 매출 달성률이 50%에 그친다” 등 경영진을 향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최 의장은 “앞으로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