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단체로부터) 우리는 어리고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기독교 친구 한 명은 풀어주지 않았다.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납치자들은 그 친구를 끝내 개종시킬 것이다.”
지난달 IS를 추종하는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풀려나 21일(현지시간) 가족과 재회한 나이지리아 여학생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몸값 목적으로 힘없는 여학생들을 납치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인질을 풀어주면서도 납치단체가 편협한 종교관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AP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나이지리아 북부 요베주 다프치시에서 IS 추종집단에 납치된 여학생 110명 중 104명이 풀려났다. 돌아오지 못한 6명 중 5명은 납치 과정에서 숨진 희생자였지만, 레아 쉐루부로 알려진 여학생은 생존했는데도 풀려나지 못했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단지 히잡만 머리에 쓰면 되는데도 이슬람교 개종을 끝까지 거부했기 때문이다. 석방된 여학생들은 “납치자들로부터 레아가 히잡을 착용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석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유일하게 풀려나지 못한 레아가 개종만 한다면 풀어주겠다는 게 납치범들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1억6,000만명의 나이지리아는 북부 이슬람교와 남부 기독교 지역으로 양분돼 있다. 이번에 납치극을 벌인 IS 추종단체는 나이지리아에 샤리아(이슬람 율법) 국가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
이번 석방은 나이지리아군이 지난달 무장세력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국제앰네스티는 나이지리아 보안군이 다프치 근처에 IS를 추종하는 무장세력이 있다는 경고를 받고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소규모 병력이어서 충분히 저지할 수 있는데도 무장세력이 무방비 상태의 마을로 침입해 여학생을 납치하는 걸 사실상 방관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군은 이 같은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고, 인질들을 석방토록 납치단체를 강하게 압박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모처럼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듯 “인질 석방 과정에서 몸값이 지불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4년 또다른 IS 추종세력 보코하람이 납치극을 벌였을 때 거액 몸값을 지불한 것이 알려진 뒤 국제적 비난을 샀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석방을 계기로 2014년 치복 지역에서 보코하람에 납치됐다가 여전히 실종 상태인 100명의 여학생들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치복의 납치 여학생 가족들은 다프치 여학생들의 석방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에는 정신적 지지 차원에서 다프치시 방문 계획을 세워 두기도 했다. 치복 납치 여학생 가족 대표는 “이번 석방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고 미국 시카고 트리뷴에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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