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이 없는 게 오히려 흠’이라는 호평 속에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전 세계가 울고 웃었던 패럴림픽까지 성황리에 마무리한 대한민국은 이제 올림픽 유산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창올림픽 대표 유산으로 경강선 고속철도를 꼽았다. 경강선은 서울과 강릉을 두 시간 내로 연결하고, 올림픽 손님을 주요 경기장과 강원도 주요 관광지로 안내하기 위해 새로 놓은 ‘올림픽 철도’다. 그 동안 서울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강릉까지 가면 여섯 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KTX를 타면 영화 한 편이 끝나기도 전에 강릉역에 내릴 수 있다.
코레일은 올림픽 기간에 인천공항에서 경기가 열리는 진부역까지 논스톱으로 달리는 열차도 투입해 올림픽 손님맞이에 만전을 기했다. 올림픽이 치러지는 동안에는 평상시보다 열차 운행 횟수를 두 배 넘게 늘리고, 노선을 인천공항까지 확대하며 관람객 수송을 지원했다. 또한 대회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올림픽조직위와 정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임시열차를 47회 운행하면서도 완벽한 안전 운행을 일궈냈다.
경강선 KTX는 올림픽 기간 4,000여 회 운행하며 선수단뿐만 아니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이방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 등 각국 정상급 대표단 등 백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완벽하게 수송해 동계 올림픽 성공에 기여했다.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자 최초로 열리는 동계올림픽 지원을 위해 코레일 모든 직원이 구슬땀을 흘리며 온 힘을 모았다.
우선 안전 운행을 위해 올림픽 앞뒤 사전ㆍ사후 수송기간을 포함해 56일 동안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갖춘 ‘올림픽 특별수송 대책본부’를 운영했다.
여객, 광역, 차량, 시설, 전기 등 철도 전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폭설 등 이례사항에 대응하고, 수송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야간 경기 후 일시에 몰리는 관람객을 맞아 적기에 임시열차를 투입하는 등 열차 안전을 책임졌다.
올림픽 관중이 열차로 이동하면서 편하게 올림픽 경기 중계를 볼 수 있도록 차내 무선인터넷 데이터 용량도 기존에 비해 40% 늘렸다. 차내에서 스마트 기기로 경기를 관람하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등 올림픽 기간에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공급량을 확대한 것이다.
세계에서 찾아온 외국인 손님을 위한 안내에도 신경을 썼다. 외국 선수단과 관람객을 위해 인천공항, 서울, 평창, 진부, 강릉 등 7개 역에 외국어 능통 직원 70여명을 배치했다. 역과 열차 내 외국어 안내 방송도 수시 시행해 잘못 내리는 일이 없도록 했고, 외국인 전담 전화상담센터를 통해 경기장과 철도 이용정보를 빠르게 제공했다.
특히 패럴림픽 기간에는 장애인 이용 증가에 대비해 교통약자의 입장에서 편의설비를 꼼꼼하게 정비했다. 장애인을 위한 전용 좌석을 하루 3,800여 석 넘게 지원하고, 예비 휠체어와 전동리프트 등 장애인이동 설비를 대폭 늘린 결과 평상시보다 약 2배의 장애인들이 열차를 이용했다.
고속철의 장점인 ‘빠른 접근성’은 독특한 올림픽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전에 KTX를 타고 가서 당일치기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고 다시 밤에 돌아오는 ‘올림픽 출ㆍ퇴근족’의 모습이 그것이다.
새로 뚫린 철길을 따라 강원도 지역상권이 특수를 맞고 있다는 희소식도 들린다. 교통체증에서 자유롭고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강원도의 이미지가 그 동안 느꼈던 거리감을 대폭 줄인 까닭이다.
열전은 끝이 났지만 이제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섰다. ‘평창 올림픽의 숨은 메달리스트’ 경강선 KTX의 성공을 대한민국 철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국내외 승객들이 평창올림픽의 으뜸 유산인 경강선 KTX를 타고 빠르고 편안하게 강원도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자체, 여행업계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형성 코레일 강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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