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비핵화 노력에 집중하고
남북ㆍ북미 이어 남북미 만나
합의 내용 실천적 약속 완성
평화체제 구축 틀로 자리매김
“남북 합의 국회 동의 받아야”
정치 상황 관계없이 지속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남ㆍ북ㆍ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4월 이후 한반도 평화 구상의 큰 그림이 드러났다. 일단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집중하면서도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틀까지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우리가 가보지 않은 미답의 길이지만 우리는 분명한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평화 정착은 남북 사이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북미관계가 정상화해야 하고, 더 나아가 북미 사이의 경제협력까지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이 만나고, 그 다음에 북미가 만나고, 그 결과가 순조로우면 3자가 모두 만나 합의한 내용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실천적 약속을 완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의 3대 목표로 준비위가 제시했던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에 더해 북미관계 정상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남북이 대립과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더라도 6ㆍ25전쟁 종전이 아닌 정전 체제가 유지되면, 북미관계 변화에 따라 한반도 평화 구상이 언제든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청와대 측은 “아직 미국 측과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반도 데탕트 분위기의 속도를 감안하고,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통화 내용, 실무자 접촉을 통해 그런 비전과 목표를 갖고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4월에 이어 5월 북미와 남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경우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데탕트 분위기 안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또 이 틀이 제대로 굴러갈 경우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참여까지 이어져 한반도 평화 구상이 완성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핵 폐기 원칙에 합의하더라도 집행, 검증 등에 최소 2~3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그 사이 북미 국교 수립과 남북미 경제협력ㆍ교류 강화 등으로 안전판을 만들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 정상회담 합의의 국회 비준 필요성까지 제기해 더 이상 남북관계가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관여했던 2007년 10ㆍ4 남북정상선언 합의를 언급하며 “국민 지지를 받았고, 세계가 극찬했으며, 유엔에서는 만장일치로 지지 결의가 나왔다. 그러나 (정권교체 이후) 그 결과는 어땠는가”라며 “남북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이행하자면 국가 재정도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권교체 등으로 정치 상황이 바뀌더라도 남북 간 합의는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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