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ㆍ여의도 마스터플랜 등
국가가 주도한 4개 프로젝트 주목
5월 26일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2018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의 내용이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공개됐다.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1960년대를 주목한다. 박성태 예술감독은 “60년대 말은 국가의 계획 이데올로기가 건축가의 비전과 뒤엉켜 있던 시대”라며 “이 시기를 현재 서울 도시 구조의 ‘가까운 기원’으로 보고, 문제의 기원을 경유함으로써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 함께 전시를 기획한 박정현, 최춘웅, 정다영 공동 큐레이터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다. 1965년 설립된 국영건축토목기술회사인 기공은 항만, 수도, 교량을 비롯해 세운상가, 경부고속도로 등 현재 한국의 도시구조를 형성한 주요 개발계획을 도맡아 했다. 한국관 전시는 이중 세운상가, 구로 산업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 70 한국관 등 4개의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다.
김성우 건축가는 세운상가를 대상으로 ‘급진적 변화의 도시’라는 작품을, 전진홍ㆍ최윤희 건축가가 속한 ‘바래’는 구로 산업박람회를 주제로 ‘꿈 세포’를, 강현석ㆍ김건호 건축가의 ‘설계회사’는 엑스포 70한국관을 대상으로 ‘빌딩 스테이츠’를, 최춘웅 건축가는 여의도 마스터 플랜에 대해 ‘미래의 부검’이란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소설가 정지돈, 사진가 김경태,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 등 건축 외 분야의 작가들도 참여한다. 각각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참조점’ ‘환상도시’라는 작품을 통해 전시의 주제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국 도시 건축이 가진 숙제를 뼈대부터 되짚는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지난 건축전의 주제였던 ‘용적률’에서 한 발 더 들어간 모양새다. 박 감독은 “개발 체제의 프로젝트와 건축가들의 유토피아적 열망을 함께 다룸으로써 한국 건축이 직면했던 복합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촉발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로 양분된 시대 인식을 극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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