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감염자 180만명 중
20%가 15~24세 여성
남성들보다 2배 이상 감염
사하라 이남서 주로 발생
경제난 탓 연상 남성과 관계
다시 동년배에 전파시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신규 감염이 줄면서 2030년쯤이면 에이즈가 퇴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 지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에이즈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오히려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은 “각종 예방 교육과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 출시 등으로 1990년대 말 이후 신규 에이즈 감염이 감소해 왔지만 최근 감소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고 전했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젊은 여성들에게서 지속적으로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 따르면 2016년 새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180만명인데, 이 가운데 20%가 15~24세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 젊은 여성들이 젊은 남성들보다 2배 이상 높은 감염률을 보이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젊은 남성 비율이 더 높은데,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젊은 여성의 경우 경제적 도움 때문에 연상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상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젊은 여성들은 이후 동년배 남성들에게 에이즈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기반을 둔 카프리사에이즈연구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률이 높기로 유명한 남아공 콰줄루나탈의 브렌다 지역에서 15~24세 여성들에게 에이즈를 옮긴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평균 8.7세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상의 남성과 교제했다 에이즈에 걸린 남아공의 시제니 소니(29)는 WSJ에 “이 곳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콘돔을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수입이 충분치 않았던 소니는 18세 때부터 이 남성과 함께 지내왔으며 그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다른 여성과도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상의 남성과 만나고 있는 21세의 또 다른 여성은 “’돈을 주니까 콘돔을 사용하자고 말할 권리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에서 젊은 인구층이 늘고 있는 점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요인으로 꼽힌다. 아프리카 인구의 60%는 25세 이하의 젊은 층이다. UNAIDS는 2010~2016년 에이즈 신규 감염이 15.6% 감소했는데,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15~24세 인구가 증가하지 않았다면 18.5%의 감소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여성 체내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을 방출하게 하는 물질을 고안해 낸다거나, 매일 복용해서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는 요법을 연구하는 식이다. 카프리사에이즈연구소의 큐아레이사 압둘 카림 박사는 “2010년 에이즈 감염률을 낮출 수 있는 질 살균젤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며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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