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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큰 행복보다 작은 행복을 찾아 여러 번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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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큰 행복보다 작은 행복을 찾아 여러 번 느끼세요"

입력
2018.03.20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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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작가’ 마스다 미리가 자기 사진 대신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보내 온 만화. "길냥이와 마주치기만 해도 조금 행복해집니다. 마스다 미리 2018”
‘얼굴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작가’ 마스다 미리가 자기 사진 대신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보내 온 만화. "길냥이와 마주치기만 해도 조금 행복해집니다. 마스다 미리 2018”

쉰을 앞둔 자신을 화자로

주변의 삶들에 “지지 말렴”

최신작 ‘오늘의 인생’ 출간

“누군가 죽으면 세상이 변해…

한명 한명이 중요한 존재”

“다른 사람은 모른다. 그 사람이 어떻게 행복한지는 그 사람만 안다. 그렇기에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의 행복을 가볍게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오늘의 인생.”

한국 독자들의 ‘영원한 언니’ 마스다 미리(49)가 일기처럼 그린 만화 ‘오늘의 인생’(2017∙이봄)에서 풀어놓은 행복론이다. 마스다는 언제나 그렇게 산듯하고 담박하다. 그의 대표 만화 ‘수짱 시리즈’가 한국에 처음 번역돼 나온 건 2012년 12월. 제목부터 푹 찌르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원제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에서 작가의 분신인 30대 비혼 여성 ‘수짱’은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 정말 괜찮을까?” 그리고 결론 내린다. “괜찮고 말고. 나와 닮은 너도 괜찮을 거야. 우리는 괜찮을 거야.”

흔들리는 삶에 지친 30, 40대 여성 독자들이 열광했다. 마스다는 일본 도쿄에 사는, ‘얼굴 없는 멘토’가 됐다(오사카 출신인 그는 26세 때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대체로 신비주의를 지켰다. ‘미리’도 필명이다). 약 6년 만에 그의 만화와 에세이, 그림책 43권이 한국에 출간됐다. 그중 ‘수짱 시리즈’를 비롯한 26권을 낸 이봄 출판사의 책만 50만권 넘게 팔려 나갔다. ‘마스다 미리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최신작인 ‘오늘의 인생’은 출간 4개월 만에 1만 7,000부 판매됐다.

‘오늘의 인생’의 화자는 쉰을 앞둔 마스다 자신이다. 돈을 잔뜩 벌겠다고 다짐하는 전철 옆자리 젊은 여성들, 인생에서 한 번은 정직원이 되고 싶다고 푸념하는 소설의 여주인공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지지 말렴. 지지 말렴.” “괜찮다”보다 어쩐지 전투적으로 들리는 “지지 말렴”. 그의 인생관이 바뀐 걸까. ‘미투(#Me Too)’를 얘기한 걸까. 그 답을 들으려 마스다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마스다 미리의 최신작 ‘오늘의 인생’. 위쪽 그림 속 마스다 미리(왼쪽)도, 출판사 편집자도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다. “둘다 지금 ‘내 시간을 당신에게만 쓰고 있어요’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봄 출판사 제공
마스다 미리의 최신작 ‘오늘의 인생’. 위쪽 그림 속 마스다 미리(왼쪽)도, 출판사 편집자도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다. “둘다 지금 ‘내 시간을 당신에게만 쓰고 있어요’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봄 출판사 제공

-요즘 최고 관심사는 뭔가요.

“주말엔 자주 영화관에 갑니다. 심야시간에 느긋하게 보는 걸 좋아해요. 요즘은 핀란드에 빠져 있어요. 지난해 핀란드에 혼자 여행을 가서 헬싱키의 다양한 카페를 찾아갔습니다. 피아노를 배운 지 10년이 되어 가는데 여전히 즐겁게 치고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일본 독자들에게는 ‘내 이야기를 그린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한국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저도 고민하고 좌절하고 상처받으며 살아 왔어요. 그런 경험이 형태를 바꿔 작품으로 탄생하죠. 그래서 ‘공감해요’라는 독자들의 말에 저도 다시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수짱 같은 보통의 여성을 더는 다루지 않는다고 독자들이 섭섭해하기도 하는데요(마스다가 유명세 때문에 변했다며 소장한 책을 한꺼번에 중고서점에 내놓는 팬들 이야기다).

“저는 늘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부부 이야기, 남자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20, 30, 40대 보통 여성들이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새 만화가 올해 7월 일본에서 나와요.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수짱도 다시 그릴 거예요. 부디 기다려 주세요!”

'오늘의 인생'. 이봄 출판사 제공
'오늘의 인생'. 이봄 출판사 제공

-40대 여성으로 사는 삶은 어땠나요.

“40대엔 세계의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려고 했어요. 그래서 북유럽의 오로라를 보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도 봤죠.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과의 이별은 죽어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어요.”

‘오늘의 인생’에서 마스다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작가도, 독자들도 그런 아픔을 견뎌야 할 만큼 나이 들어 버린 것이다.

-죽음이란 뭘까요.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이 쉬던 숨은 이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그 사람이 사라지면 세상의 공기는 조금 변합니다. 한 사람이 사라진 것일 뿐이지만 세상이 변하는 겁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존재입니다(책에는 “오늘 태어난 아기가 그 작은 입에서 토해내는 숨도, 오늘 죽은 사람이 토해내지 못하는 숨도, 전부 다 의미를 지닌다. 있어도 없어도 똑같다는 말을, 세계는 허락하지 않는다”고 썼다).

'오늘의 인생'. 이봄 출판사 제공
'오늘의 인생'. 이봄 출판사 제공

-그럼 행복은 뭘까요. 수짱이 걱정한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없이 할머니가 되는 삶’도 정말 괜찮을까요.

“행복의 형태가 한가지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행복은 ‘큰 행복’ 하나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작은 행복’ 여러 개가 있는 거예요. 좋은 날씨에 행복하고, 케이크가 맛있어서 행복한 거죠. 주변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몇 번이든 행복하다고 느껴야 해요. 눈앞의 작은 일을 건너뛰고 먼 곳에 있는 큰 일을 할 순 없어요. 조금씩 노력해야죠.”

-젊은 작가들처럼 컴퓨터로 만화를 그리나요. 언제까지 만화를 그릴 건가요.

“손으로 그려요. 늘 같은 종이와 펜을 써 왔어요. 계속 작품 활동을 할 거예요. 할머니가 된 제가 어떤 만화를 그릴지 궁금하네요. 타임머신이 있다면 지금 당장 가서 보고 싶어요.”

‘소박하지만 당당한 비혼 라이프의 멘토’로 불린 그의 최근 작품에 남자친구가 등장한 건 충격이었다. 그는 연애와 결혼 관련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페미니즘, 미투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기사에 쓸 사진 대신 만화 한 컷을 보내 왔다. 고미영 이봄 출판사 대표는 “그게 마스다 미리 스타일”이라고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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