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단 설치
피해자 법률 지원 등 국회 보고
강간죄 유엔 권고 기준 적용 묻자
“법무부 장관과 논의해야” 대답
“능력 부족하면 직 내려놓으세요”
여야 의원 한목소리 질타
“강간죄에 (피해자) 동의 여부를 포함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형법상 개정사안이라 일단 법무부 장관과 논의해야 합니다.”(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장관은 직을 내려 놓으세요.” (김승희 의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에서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늑장 대처와 소극적 답변을 이유로 여야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몰아붙여 진땀을 빼야 했다.
이날 여가부는 이숙진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피해자 상담ㆍ심리 지원 등 법률 지원을 내실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국회에 보고했다. 앞서 정부는 여가부를 비롯한 12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을 최대 징역 10년으로 늘리는 등의 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국회 업무보고에는 애초 100일간 한시 운영하기로 한 공공부문 성희롱ㆍ성폭력 신고센터의 상시 운영을 검토하고,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무료법률지원 예산을 7억원 추가 배정하는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한 목소리로 정 장관을 질타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예로 들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권고한 강간죄 성립 기준을 국내 법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 장관이 “법무부와 논의해야 한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한 장관은 직을 내려놓는 게 맞다”고 몰아세웠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고발 남용과 관련, 정 장관이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자 “도대체 장관의 솔루션(해결책)이 무엇이냐”면서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박인숙 의원도 “여가부 장관이 국무조정실장이냐”며 “대책을 주도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이 머뭇대며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하자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보다 못한 민주당 박경미 의원까지 나서서 “물론 오케스트링(지휘) 역할도 해야 하는데 너무 조정 역할만 하고 있다는 여타 의원들의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여가부에는 각 부처와 협업을 하면서도 주도적으로 운전을 해나가는 운전자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궁지에 몰린 정 장관은 마지못해 강간죄에 대해 “국제기준에 따라 동의 여부로 강간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수긍하고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안 전 지사 사건과 관련 “수사 중인 사건이라 강간죄다, 아니다라고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흐렸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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