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제5공화국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고 박종철 열사 부친을 만난다.
19일 대검찰청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문 총장은 20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박 열사 부친 박정기씨를 방문한다. 검찰총장이 수사기관의 고문으로 숨진 민주열사의 유가족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방문 경위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월쯤 검찰총장이 먼저 박 열사 부친에게 과거사 사과 차원에서 인사를 드리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그 후 박 열사 측에서 3월 20일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문 총장의 방문에는 박정식 부산고검장이 동행한다.
다만 마침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문 총장이 박 열사 부친을 방문하는 것은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낳는다. 당시 박 열사의 사망은 박처원 치안감 등 경찰 수뇌부의 필사적 은폐 시도에도 불구하고 최환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 등의 노력에 의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이 사건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을 통제해야 한다는 ‘검사의 사법통제’ 정당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이던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과 관련 경찰의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됐고, 수사관의 물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정보기관과 경찰의 불법 고문을 앞세운 전두환 정권의 폭압성을 드러낸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대통령 직선제로 이어지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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