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BI 부국장 기습 해임
공화 일각 “사법방해 행위” 반발
백악관 “뮬러 해임 없다” 진화에도
트럼프 19일에도 비판 트위터 날려
“엄청난 이해충돌과 함께한 마녀사냥”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급기야 공화당에서조차 “이대로 가면 대통령직은 끝장 날 것”이라며 탄핵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백악관이 “뮬러 특검 해임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라 최종 뇌관은 남아 있다.
한동안 뮬러 특검에 대해 잠잠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밤 연금 수령을 고작 26시간 앞둔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을 전격 해임하는 것으로 기습을 시작했다.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존 다우드는 특검 수사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표면적으로나마 특검 수사를 존중한다는 백악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법률팀의 공개 대응 전략에서 놀라운 전환을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말 내내 트위터를 통해 뮬러 특검과 제임스 코미, 매케이브 전 FBI 국장 등을 잇따라 공개 비판했다. 특히 뮬러 특검의 이름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17일 “뮬러 특검은 애초에 시작되지 말았어야 한다. (러시아와) 어떠한 공모도 없었고, 범죄도 없었다”고 했고, 18일에는 “왜 뮬러 특검팀에 13명의 민주당 강경파와 사기꾼 힐러리의 열혈 지지자들이 있고, 공화당 인사는 전혀 없느냐”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백악관에 머무는 동안 작성됐고,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에 대면 조사 관련 질의서를 보낸 시점에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흠집 내기로 대면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명분을 쌓고, 더 나아가 특검 해임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반격은 곧장 자충수로 돌아왔다. 공화당 의원들이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 훼손이라고 반발, 탄핵까지 거론하며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에 대한 해임을 시도할 경우 “대통령직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뮬러 특검은 방해 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많은 공화당원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 역시 CNN에 “그런 움직임은 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지적했다. 트레이 고우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면 철저한 조사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당장 코미 전 국장 해임 당시 불거진 ‘사법 방해 혐의’를 부추기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뮬러 특검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보다는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백악관은 공화당 내 반발이 커지자 “특검 해임을 고려하거나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9일 트위터에는 “엄청난 이해충돌과 함께 하는 완전한 마녀사냥”이라고 적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근거로 뮬러 특검을 해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이를 빗대, 뮬러 특검 집중 공격에 들어간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