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LPGA 우승
“골든 그랜드 슬램·명예의 전당…
동기 부여 안 되나” 우려도 날려
퍼터, 반달형서 일자형으로 바꿔
미스 샷 때 공 움직임 확인 효과
“메이저 승수 더 쌓는 게 목표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4개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뒤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30ㆍKB금융그룹)가 1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기록해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로라 데이비스(55ㆍ영국), 아리야 쭈타누깐(23ㆍ태국), 머리나 알렉스(28ㆍ미국) 등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릴 만큼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박인비는 LPGA투어 통산 19승째를 올렸다.
박인비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 이후 1년 만이다. 2016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는 이후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올림픽 이후 손가락 부상으로 2016 시즌을 접었고 지난 해에도 8월 허리통증 때문에 일찌감치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금메달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 명예의 전당까지 입성한 박인비가 더 이룰 것이 없어 동기 부여가 잘 안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3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번 아웃이 아니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하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부상 이후 어느 때보다 편하고 즐겁게 전지훈련을 소화했다고 한다.
박인비의 이날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새 퍼터다. 말렛(반달)형 퍼터를 썼던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앤서(일자)형 퍼터를 골프백에 넣었다. 그 동안 말썽을 부렸던 퍼팅을 바로잡기 위해 선택한 변화였다. 그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남편(남기협 코치)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말렛 스타일 퍼터만 사용하다 보니 미스가 나도 잘 못 보는 것 같다. 미스 샷에 대해 공이 빠져나가는 길을 좀 더 연구할 겸 퍼터를 바꿔보자’고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앤서 스타일의 퍼터로 교체해 치는 대로 공의 움직임이 보여지니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바꾼 퍼터는 최종 라운드 후반에 진가를 발휘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선두를 달린 박인비는 이날 1번 홀(파4) 버디로 최종 라운드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11번 홀까지 10개 홀 연속으로 파만 낚아 타수를 더 줄이지 못 했다. 그 사이 베테랑 데이비스가 1타 차로 따라붙었다. 박인비는 “첫 홀 버디 이후 지루한 파 행진이 이어져 다소 실망감도 있었지만 ‘참고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바짝 추격 당한 박인비는 이후 신들린 듯한 버디 행진을 시작했다. 12번 홀(파4) 그린 밖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들어가며 데이비스를 2타 차로 밀어냈다. 이번엔 알렉스가 15번 홀(파5) 이글을 잡아내며 다시 1타 차로 따라 붙었다. 박인비는 13번 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4번 홀(파3), 15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4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승부는 이미 결정 났다.
박인비의 다음 목표는 메이저 대회다. LPGA투어 통산 19회, 그 중 메이저 대회에서만 7승을 쌓은 박인비는 아직 메이저 우승에 목마르다. 그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꾸준히 메이저 승수를 쌓는 것이 목표”라며 “시즌 초반 우승을 했으니 좀 더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