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세종대 교수도 시직서
‘중동 전문가’로 꼽히는 한국외대 교수가 상습 성추행 의혹에 교수직을 사퇴했다. 미투(#Me Too)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소설 ‘경마장 가는 길’ 저자 하일지(본명 임종주) 동덕여대 교수, 배우 김태훈 세종대 교수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19일 한국외대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수년간 ○과 S교수에게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겪어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008년 무렵 학위를 마무리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가 S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S교수는 밥을 사주겠다는 핑계로 그를 불러낸 뒤 “모텔에 가자”고 했으며 이를 거절하자 구석진 주차장에서 몰아세운 채 보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밥을 사주겠다며 불러냈으며 “가정이 있는 분이 왜 이러시냐” 묻자 “아내가 아프다” “무척 외롭다”는 하소연을 했다는 내용도 글에 담겼다. 학과 학생들과 교수진이 모두 참석한 MT에서도 막무가내로 껴안고 입 맞추려 했을 뿐 아니라, 교수 사무실로 불러 껴안거나 신체를 밀착하는 등 성추행을 해왔다는 주장도 적시됐다.
S교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서’라는 입장문을 통해 ‘저의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제보자의 마음에 상처와 고통을 입힌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이 시간부로 교수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겠습니다’고 밝혔다. 종합일간지 중동 특파원을 지내기도 했던 S교수는 중동 관련 서적 출간과 방송 출연으로 국내 중동 전문가라 불린다.
미투 운동 비하 논란과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하 교수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동덕여대 재학생은 2016년 2월 하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학내 커뮤니티에 폭로했다. 다만 하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지만 (성추행 폭로 학생이나 다른 학생들에게) 사과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논문지도 과정에서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 교수도 이날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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