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가요 ‘친구여’와 ‘아름다운 강산’이 평양에서 울려 퍼질까.
가수 조용필(68)과 이선희(54)가 다음달 초 평양에서 열릴 남한 예술단 공연에 참여한다.
19일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용필과 이선희는 가수 겸 작곡가인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과 함께 평양을 찾아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의 북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용필은 2005년 8월 23일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공연 ‘조용필 평양 2005’로, 이선희는 2003년 같은 곳에서 열린 통일음악회로 북한에서 노래 한 바 있다. 특히 조용필은 북한 공연 당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담화를 나눈 뒤 돌아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북한 예술단이 지난달 남한에서 연 공연에서 ‘J에게’ 등을 부르는 등 조용필과 이선희가 북한에서 인지도가 높을뿐더러 이들의 음악이 현지 정서에도 잘 맞아 이번 공연에 1순위로 섭외 물망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백지영ㆍYB도 유력… 아이돌 가수 공연도 추진
두 가수와 더불어 백지영, 윤도현이 속한 록밴드 YB도 평양 공연 합류가 유력하다. 백지영과 YB는 남한 예술단 공연 출연 제의를 받았다. YB는 2002년 ‘MBC 평양 특별공연’에 참여해 그해 월드컵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를 개사한 ‘오! 통일 코리아’를 열창해 환호를 이끌었다. 백지영의 출연이 성사된다면, 그의 북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돌 가수의 방북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돌 K팝이 남한 음악 시장을 이끄는 장르가 된 데다, 다양한 세대로 무대를 꾸미기 위해 정부가 아이돌 가수의 평양행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엔 패티김 등 중년 가수와 함께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와 핑클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 무대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며 “북한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방북 공연 가수를 비롯한 세부 계획은 20일 열리는 남북 실무접촉에서 확정된다. 남측에선 윤상이, 북측에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실무 회담을 연다. 황성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대변인은 이날 세종시 문체부 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이번 방북 예술단엔 다양한 가수들이 폭넓게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음악 감독 윤상이 선보일 공연은
윤상이 남한 예술단의 음악 감독을 맡으면서 방북 공연이 어떻게 꾸려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과의 문화 교류에서 대중문화계 인사가 남북 접촉 수석대표로 나서기는 윤상이 처음이다. 황 대변인은 “주된 공연 내용이 대중음악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윤상이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가요계에선 윤상이 그간 정치ㆍ사회적 공연에 나서지 않은 터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지만, 그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 발라드와 제3세계 음악과 전자음악에 능통하며 K팝 작곡가로 30여 년 동안 다양한 창작 활동을 벌여왔다. 1987년 김현식(1958~1990)이 부른 ‘여름밤의 꿈’으로 작곡가로 데뷔한 그는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등을 히트시키며 1990년대 발라드 음악 전성기를 이끌었다. 신해철(1968~2014)과 프로젝트팀 노댄스를 결성해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전자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상은 2000년대 초 SM엔터테인먼트(SM) 소속 보아 및 동방신기와 곡 작업을 시작으로 최근 러블리즈 등과 협업하며 대중 음악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음대를 거쳐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뮤직테크놀로지학을 전공한 윤상은 현재 용인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번 방북 공연은 최근 대북 특사 방문 후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이뤄지면서 추진됐다. 내달 달 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 겸 평창동계올림픽 때 방남한 북한 예술단 공연에 대한 답례이기도 하다. 남북의 문화예술 교류는 1985년부터 시작돼 2000년대 중반까지 비교적 활발히 이어졌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7년 이후 교류가 줄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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