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은 다스 법인카드 사적 사용
아들은 다스 배당금 수억원 받아
檢, MB 비난여론 확산에 더 부담
이르면 오늘 영장청구 가능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자식 관련 의혹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씨 관련 의혹이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돼서다. 또 부인과 아들까지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검찰로선 무시할 수 없게 됐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과 관련한 금전 액수만 10억원가량에 달한다. 그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달러 수수, 이팔성 우리금융회장 청탁자금 5억원 수수, 다스 법인카드 4억원가량 사적 사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굵직한 3대 혐의(특활비 수수, 다스 실소유, 불법자금 수수)에 영부인이 모두 일정 부분 관여한 것이다. 검찰은 범죄 액수가 크지만 이번 수사의 핵심이 이 전 대통령 비리라는 점을 고려해 부인인 김 여사를 사법 처리하기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하나의 사유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연루된 특활비 10만달러 수수 부분은 이 전 대통령 역시 14일 소환 조사 당시 직접 인정한 바 있다. 반면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다스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 관련해선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이상은 회장이 준, 가족이 함께 쓰는 법인카드일 것”이라고 해명한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 측이 다스 실소유주라 항변하는 이 회장마저도 다스 법인카드를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일 것이라는 개연성이 커졌다. 최고경영자(CEO)도 못 쓰는 회사 카드를 마음대로 쓸 만큼, 이 전 대통령 가족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팔성 회장→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김 여사’로 이어진 5억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부인한 대목도,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검찰이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 기업 범죄의 경우 오너 일가의 책임은 한 명이 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김 여사를 사법 처리까지 하긴 어렵지만 이 전 대통령 구속이 필요하다는 식의 이유로는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형씨 혐의도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다스 의혹과 직접 연결돼 있다. 시형씨는 2013년쯤 이상은 회장 아들 이동형 다스 부사장에게 요구해 이 회장 명의로 개설한 통장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매각자금 263억원 중 일부인 10억원을 받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통장에 수년간 이 회장이 받아야 할 다스 배당금 수억원을 송금 받은 사실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시형씨 다스 승계 계획’(일명 프로젝트Z)과 함께 이 회장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금을 적법한 절차도 없이 이 전 대통령 아들이 사용했다는 점을 ‘다스는 MB것’이라는 결론의 유력한 근거로 보고 있다. 다만 부자(父子)를 동시에 구속한 전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보다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후 시형씨를 불구속 수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16일 이 전 대통령 중간 수사결과를 보고 받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르면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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