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49개국 선수 567명, 金 80개 놓고 우정의 레이스
폐막식은 따뜻한 격려의 무대…'4년 후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요'
주목받은 황연대 성취상…한국 종합 10위 무산에도 '감동' 선사
장애인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과 투혼으로 설원과 빙판을 뜨겁게 달궜던 '겨울 동화'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전 세계인에게 또 한 번 열정과 감동을 선사했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18일 저녁 8시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열흘간의 '인간 승리 드라마'를 마쳤다.
19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 이후 무려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이번 평창 동계패럴림픽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해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우정의 레이스를 펼쳤다.
개최국인 한국은 6개 전 종목에 걸쳐 선수 36명과 임원 47명 등 역대 가장 많은 총 83명이 참가해 지구촌 최대의 겨울스포츠 축제를 즐겼다.
또 북한은 동계패럴림픽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은 노르딕스키의 김정현과 마유철을 포함해 선수단 20명과 대표단 4명을 파견해 처음 '평화 올림픽'에 동참했다.
의족 선수인 북한의 마유철은 개회식 때 한국의 시각장애 선수 최보규와 나란히 남북의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평화의 의미를 더했다.
평창의 마지막 밤을 수놓은 폐회식은 '따뜻한 격려의 무대'로 꾸며졌다.
평창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가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중앙에 등장하면서 관중과 하나 되어 카운트다운으로 폐회식의 막을 열었다.
이어 개최국 국기 태극기가 입장했다. 태극기는 든 6명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6개 종목의 한국 국가대표들. 방민자(휠체어컬링)와 이치원(알파인스키), 박항승(스노보드), 이도연(바이애슬론), 이정민(크로스컨트리스키), 장동신(아이스하키)이 태극기를 옮겼다. 태극기가 게양되자 장애-비장애인으로 구성된 영월동강합창단이 애국가를 불렀다.
신명 나는 '아라리요' 공연도 폐회식의 흥을 더했다. 김창완 밴드가 '우리의 소리' 아리랑 연주를 하고, 밴드 사운드와 국악이 어우러지다가 명창 이춘희의 '본조 아리랑'과 흥겨운 록 버전 아리랑이 폐회식장에 울려퍼졌다.
다음 차례는 참가국의 국기를 앞세운 기수단의 입장. 북한은 경기를 마치고 귀환해 자원봉사자가 대신 인공기를 들었고, 한국의 기수는 이번 대회에서 동계패럴림픽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노르딕 철인' 신의현이었다.
이어 대회 기간 새롭게 선출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이 소개되고, 자원봉사자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것으로 성공 대회를 위한 헌신에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로 제정 30주년을 맞은 '황연대 성취상' 시상식도 특별했다. 이 상의 시발점이 된 황연대 여사가 남자 알파인스키의 아담 홀(31·뉴질랜드)과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의 시니 피(29·핀란드)에게 75g의 순금으로 제작한 메달을 수여했다.
또 그동안 황연대 성취상을 받았던 역대 수상자 5명이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장애인 인권에 헌신한 황연대 여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메달을 걸어주며 감사 인사를 했다. 80세인 황연대 여사는 알츠하이머병(치매)과 3년째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깊은 울림을 줬다.
본격적인 문화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의 주제는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 청각장애 무용수인 고아라가 꽃이 움트는 과정을 독무대로 표현하고,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와 카운터테너 이희상이 '꽃이 된 그대'를 부르며 감동적인 선율을 선사했다.
이어 평창 동계패럴림픽 기간 얼음과 눈 위에서 열정과 투지를 보여준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 장면들이 대형 전광판 영상을 통해 흘러갔다. 장애를 뛰어넘은 인간의 도전 의지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 감동적인 순간들이었다.
10일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지킨 대회기가 패럴림픽 찬가에 맞춰 내려왔다. 이 대회기는 심재국 평창군수가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을 거쳐 천지닝 베이징 시장에게 전달했다.
2022년 대회 개최지인 베이징은 '2022 나는 날고 싶어'라는 주제의 공연으로 4년 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희범 평창 조직위원장과 파슨스 IPC 위원장의 연설에 이어 성화의 불을 끄는 특별한 공연이 시작됐다.
무용수인 양길순씨가 성화 불꽃이 투영된 무대에서 액운의 살(煞)을 푸는 도살풀이 춤을 시작했고, 들고 있던 흰 천이 바닥에 떨어지자 열흘간 평창을 밝혔던 성화도 서서히 사그라졌다.
성화가 꺼진 후 가수 에일리와 배희관 밴드가 장애인-비장애인의 구별이 없는 '공존의 세상'을 노래하는 무대로 폐회식이 마무리됐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종합 순위 공동 16위에 올라 당초 목표였던 '톱 10'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노르딕 철인' 신의현이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에서 한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통해 동계패럴림픽 무대에 데뷔했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알파인의 한상민 은메달과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휠체어컬링의 은메달이 전부였다.
또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값진 동메달을 따냈고, 신의현은 앞서 크로스컨트리 15㎞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메달 레이스를 주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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