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 16명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기자회견 ‘리허설’ 의혹에 대해선 적극 해명했다.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 출석한 이 전 감독은 취재진에게 “피해 당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밝히면서도 “사실 여부는 경찰조사를 통해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본인 생각에 피해자가 몇 명이냐”는 질문엔 “지금 누가 (고발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사죄 기자회견을 ‘리허설’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연습이 아니라 준비 과정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나름대로 최선 다해 대처한 것인데 리허설 연습이라고 왜곡됐다”며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고소인 조사를 통해 피해 사실에 대해 상세한 진술을 확보한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이날 이 전 감독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있는지, 협박이나 폭력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11일 서울 종로구 이 전 감독 주거지와 경남 밀양시 연희단거리패 본부 등 4곳을 압수수색해 이씨 휴대폰과 자료를 확보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까지 극단 단원 16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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