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22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튿날까지 21시간 동안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20여가지 혐의에 대해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측근들의 증언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집사와 분신으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핵심 측근들의 진술이 박근혜 정권 내내 묻혀있던 이 전 대통령의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 일부 증거를 ‘조작된 문서’라고 하면서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 입증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이르면 이달 안에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 또 한 명의 수의 입은 전직 대통령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이 전 대통령 수사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다시금 입증됐다. 삼성의 60억원대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대부분의 혐의가 대통령 신분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의 비극이다.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한 이 전 대통령의 언급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면 안 된다. 이 전 대통령의 현재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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