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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반 아사드’ 서방 시각, 반군의 전쟁범죄는 가렸다

입력
2018.03.16 20: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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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동구타 참상… 숨겨진 반군

“큰 책임은 아사드와 러시아에 있지만

무장 반군과 서방 세계도 책임 있어”

영국 특파원 기사로 논란 촉발

동구타 내 4개 무장그룹

납치ㆍ살상ㆍ무차별 체포 등 자행

다마스쿠스 향해 포격까지

주민들 “극단주의자 떠나라”

시리아 정부군 공세에 4일 동구타 베이트 사와에서 주민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베이트사와= AFP 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 공세에 4일 동구타 베이트 사와에서 주민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베이트사와= AFP 연합뉴스

“동(東)구타 봉쇄에 대한 서방 세계의 공허한 울분: 우리는 민간인 구호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영국 온라인매체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 로버트 피스크가 쓴 기사 제목이다. 시리아 전쟁을 밀착 관찰해 온 옵저버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이 기사에서 그는 서방 언론의 시리아 사태 보도가 중요한 측면을 ‘생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언론에서 (동구타) 무장반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맞서는 무장반군, 나아가 이들을 지원한 서방 세계도 현재 동구타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살상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는 곧 ‘현 사태의 주범은 아사드 정권’이라는 엄연한 사실에 물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그가 들춰낸 ‘불편한 진실’이 복잡한 구도 하에 진행되는 시리아 전쟁의 또 다른 절반을 드러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최근 동구타 참상 보도에서 이번 전쟁의 주요 당사자 중 한 축인 무장 반군을 조명한 언론은 많지 않다. 중동, 미국의 싱크탱크에 속한 전문가들 일부가 ‘아사드 정권의 대항마’ 정도로 묘사한 경우는 종종 있다. 또 좌파 진영 일부에선 서방 세계가 ‘아사드 정권 교체 시나리오’를 갖고 있고, 반군은 그 실행을 위한 ‘주연’이라고 보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음모론적 시각의 문제는 아사드 정권의 행위를 ‘대 테러전’이자 ‘(동구타) 해방전쟁’이라고 지칭하면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레토릭에선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민간인들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렇다면 봉쇄 5년째로 접어든 동구타의 ‘반군’은 정확히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 크게 네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가장 강력한 조직인 ‘제이쉬 알 이슬람’(Jayshy al-Islamㆍ‘이슬람 군대’라는 뜻ㆍ이하 JAI)’이 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한 통치를 주창하는 수니파 극단주의자들, 이른바 살라피스트로 분류된다. 두 번째는 카타르와 터키의 지원을 받는 ‘페일라크 알-라흐만(Faylaq al-Rahmanㆍ이하 FAR)’인데, 이들은 ‘온건반군’으로 불리는 자유시리아군(FSA) 소속이다. 이 밖에 ▦살라피스트와 이슬람주의자(샤리아 율법통치를 고집하지 않는 이들)의 연합체인 ‘아흐라르 알-샴(Ahrar al-Shamㆍ‘시리아 해방운동’이라는 뜻)’ ▦알카에다의 시리아 버전인 ‘하이야트 타흐리르 알 이슬람(Hay’at Tahrir al-Islamㆍ‘레반트의 해방기구’라는 뜻ㆍ이하 HTS)’ 등이 소규모로 존재한다.

이들 간의 무장 교전은 시리아 내전의 대립구도가 그리 단순치 않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2016년 중반쯤 JAI와 FAR은 격하게 충돌했고, 이들을 중재한 건 카타르였다. 또 같은 해 10월 동구타 주민들이‘반군들의 단합’촉구 시위를 벌였을 때, FAR이 시위대를 상대로 총격을 가한 것은 악명 높은 사례로 남아 있다. 이듬해 5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JAI가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11일에도 동구타의 카프르 바트나(Kafr Batna) 지역 주민들이 정부군과 반군의 화해를 요구하며 행진을 벌이자 FAR는 옥상에 배치한 저격수를 배치하여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다. 7명이 사망했다는 게 관측소 측 전언이다.

JAI의 창시자인 자흐란 알루쉬(2015년 사망)는 극단적인 종파주의자였다. 2013년 언론 인터뷰 당시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시아파, 알라와이뜨(아사드 대통령이 속해 있는 시아파 내 하위분파)를 모조리 청소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이 대표적이다. 샤리아 율법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방편으로 “민주주의는 부패한 제도”라고도 주장했다. JAI는 2015년 11월 정부군 포로, 납치 민간인 등 수십 명을 대형 새장 안에 가두고 거리를 활보한 적이 있는데, 이는 아사드 정권의 공습을 막으려는 ‘인간방패’ 전술이었다.

유엔진상조사단은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동구타 봉쇄 지역 내 테러리스트 또는 무장 세력들이 지속적ㆍ무차별적으로 다마스쿠스를 향해 포격하고 있고, (그 결과)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불구가 됐다”며 “이 또한 전쟁범죄”라고 지적했다. 2015년 엠네스티의 발표 내용과 비교할 때, 현 상황이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엠네스티는 “동구타 비정부 무장그룹, 특히 ‘이슬람 군대’(JAI를 뜻함)는 납치, 무차별 체포와 구류는 물론, (다마스쿠스를 향한) 무차별 폭격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JAI가 납치했던 인물들 중에는 특히 2001년 이후 아사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인권변호사 라잔 자이투네도 있다. 세속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2011년부터는 시리아인권침해센터(VDC)를 운영하면서 반군 측의 인권 위반 실태 감시활동을 펼쳤으나, 2013년 9월 동구타 두마 지역에서 돌연 실종됐다. 지난달 27일 VDC 주도로 시리아 54개 시민단체가 발표한 공개 호소문은 다음과 같이 극단주의와 분명히 선을 그었다. “분명히 하겠다. 동구타 주민들은 어떠한 극단주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알 누스라 대원들, 알카에다 연계 대원들은 누구든 우리 지역을 떠나라.”

물론 이들은 동구타 참상의 가장 큰 책임이 아사드 정권, 그리고 러시아에 있다는 본질을 지적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시리아 정부 주장대로 극단주의자들과의 전쟁에 조금의 명분이 있다 한들, 유엔 결의안대로 국제인권법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VDC의 발표 내용은 아사드 정권의 잔혹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동구타의 사망자 수는 민간인 826명, 반군 29명이었다. 전체 희생자의 96.6%가 민간인인 것이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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