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의결권전문위에 의결권 행사 권한
국민연금이 기업의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를 할 때 민간 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진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의결권 행사의 권한을 민간에 넘겨 외풍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올해 첫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에 ‘안건부의 요구권’을 부여하는 의결권행사 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문위 소속 위원 3명 이상이 요구하는 이사 선임이나 합병 등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권한은 전문위로 넘어 온다. 지금까지 전문위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요청하는 안건에만 수동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었다.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전문위 위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국민연금 지역가입자(공인회계사회ㆍ농협), 정부가 각각 2명씩을 추천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명을 추천한다.
이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전문위에 안건을 부의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외압 논란이 제기돼 온데 따른 조치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존에 공단이 가지고 있던 안건상정 권한을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도 공유함으로써 의결권 행사 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전문위 위원들은 앞으로 유가증권 보유ㆍ매매 신고를 해야 하고 금융거래 정보제공 동의서도 제출해야 하는 등 강화된 규제를 받는다.
국민연금의 이사 견제 기능도 강화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손을 놓고 있던 이사가 재선임되지 않도록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게 근거를 만들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4년 현대차가 감정가인 3조원보다 훨씬 비싼 10조원이 넘는 돈을 주고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인 것과 같은 행위에 침묵한 이사들은 재선임을 반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또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은 주주총회 시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고, 이런 저배당 의사 결정을 한 기존 이사와 감사의 재선임에도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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