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이 오면서 반갑지 않은 손님인 황사ㆍ미세먼지도 함께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도움을 받아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와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 봤다.
무슨 마스크를 써야 하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스크는 ‘공산품’으로 허가를 받은 일반 마스크와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로 나뉜다. 일반 마스크는 방한이나 미용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황사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성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세먼지 흡입을 막으려면 식약처에서 허가 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현재 69개사의 372개 제품이 출시돼 있다.
보건용 마스크도 입자차단 성능이 제 각각이다. 성능에 따라 KF80, KF94, KF99 세 가지로 나뉜다. KF는 ‘Korea Filter’를 뜻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포장지 겉면에 KF 표시가 되어 있으므로 보건용 마스크인지 여부와 성능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KF80은 평균적으로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는 판정을 받은 제품이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이하, 초미세먼지는 2.5㎛이하인 먼지 입자를 각각 의미하므로, 성능이 가장 낮은 KF80를 써도 초미세먼지까지도 어느 정도는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KF 뒤에 오는 숫자가 클수록 미세먼지 방지 성능이 좋다는 뜻이지만, 성능이 높을수록 마스크를 이루는 직물의 조직이 그만큼 더 촘촘해질 수밖에 없어 착용시 숨쉬기는 더 어려워 진다. 따라서 황사와 미세먼지 발생 수준과 개인별 호흡량 등을 고려해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임산부나 호흡기ㆍ심혈관 질환자, 어린이, 노약자 등은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이 방해를 받지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
온라인에서 공산품 일반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처럼 둔갑해 파는 사례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는 최근 3년간 보건용 마스크처럼 광고한 공산품 마스크 721건을 적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콧구멍 속에 삽입하는 형태의 ‘코 마스크’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이런 제품은 입을 통한 미세먼지 흡입은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식약처의 검증과 허가를 받은 의약외품이 아니다.
마스크 쓴다고 미세먼지 막아지나
보건용 마스크를 쓴다고 해도 코 옆이나 턱 밑으로 난, 얼굴과 마스크 사이의 틈으로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을 거란 ‘마스크 무용론’도 있다. 이런 틈으로 미세먼지가 일부 유입되는 건 맞지만 마스크를 정상적으로 착용하면 호흡하는 공기의 마스크를 통과해 이뤄지기 때문에 무용론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얼굴과 마스크 사이의 틈 등으로 미세먼지 입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누설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누설률 시험은 사람이 일정한 운동을 하는 상태에서 마스크 바깥의 공기와, 마스크 안쪽의 공기에 포함된 미세먼지 입자의 양을 비교 측정한다. 시험에 사용되는 인체의 움직임은 ▦2분 동안 걷기 ▦2분 동안 머리를 좌우로 15번 움직이기 ▦2분간 머리를 위 아래로 15번 움직이기 ▦2분 동안 큰 소리로 말을 하기 네 가지이다. 누설률 시험은 염화나트륨 미세 입자가 가득 찬 밀폐된 공간에 실제 사람이 들어가 안쪽에 미세입자 측정 장치가 달린 마스크를 쓴 채 진행한다.
KF80 제품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누설률이 25% 이하(마스크 밖의 미세먼지가 100일 때, 마스크 안쪽의 미세먼지가 25 이하라는 뜻)여야 하고, KF94는 11% 이하, KF99는 5% 이하여야 한다.
틈으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 하려면 마스크와 얼굴 사이에 수건이나 휴지 같은 이물질을 넣지 않아야 한다. 수건으로 얼굴을 싸맨 뒤 그 위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마스크 재사용은 안 돼요
보건용 마스크 가격이 만만치 않아 한 번 쓰고 버리기 아깝다며 빨아서 또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돼 미세먼지 여과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 한번 사용한 제품은 먼지나 세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어 재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마스크 겉면에는 호흡 과정에서 걸러진 먼지와 세균 등이 들러 붙어 있을 수 있으므로 착용 후에는 겉면을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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