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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증거엔 “조작” 측근 진술엔 “허위”… 14시간30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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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증거엔 “조작” 측근 진술엔 “허위”… 14시간30분 ‘모르쇠’

입력
2018.03.15 2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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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내 소유 아니다” 등

20여개 혐의 대부분 부인

측근 통해 받은 돈은 “모르는 일”

“67억 빌렸지만 이자는 안 냈다”

상식적으로 납득 안되는 주장도

김희중 통해 받은 10만 달러만 인정

귀가 후엔 “잘 대처했다” 자신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협의 등으로 14일 오전 검찰에 소환되어 21시간의 조사를 마친 후 15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협의 등으로 14일 오전 검찰에 소환되어 21시간의 조사를 마친 후 15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오대근 기자

증거자료엔 “조작”, 측근 자백엔 “죄를 경감 받기 위한 허위진술”, 자신에게 건네진 게 명백한 자금에 대해선 “빌린 돈”, 측근인사를 통해 받은 돈에 대해선 “나는 모르는 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지난 14일 수사검사가 내민 측근 진술과 증거자료에 대해 14시간 30분의 신문 동안 말한 답은 이 네 가지로 압축된다. 측근과 실무자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뺌으로 일관해 대통령답지 않은 진술태도라는 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신문 조사에서 20여개에 이르는 범죄혐의 대부분에 대해 부인했다. 검찰은 다수 혐의와 연결돼 있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부터 시작해, 삼성의 60억원대 다스 소송비 대납,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민간영역에서 수수한 불법자금 순서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우선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내 소유가 아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검찰이 ‘다스는 MB의 차명 재산’이라는 취지의 구체적인 증언을 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카’이동형 다스 부사장, ‘재산관리인’이병모씨의 진술을 들이밀었지만 돌아온 건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한 허위진술”이라는 답이었다. 자신을 배신한 측근들에 책임을 전가하는 한편 진술만으론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법리적 조언을 받아 내세운 전략으로 읽힌다.

검찰은 수사 기법상 첫 번째 조사에선 모든 물증을 보여주지 않지만, 일관된 ‘모르쇠’ 전략에 결정적 증거를 하나 제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다스 서울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청와대 문건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마저도 “조작된 문서”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소송 비용은 미국의 한 대형로펌(에이킨 검프)이 무료로 도움을 준 것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고만 했다. 소송에 관여한 게 아니라 들은 얘기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목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문건이 청와대 기록물인데다, 작성자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라는 사실, 그를 통해 이 문건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했는데도 증거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 같은 객관적 자료는 출처와 작성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작성 배경을 파악하는 건은 수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구속영장 실질 심사가 열린다면 검찰이 명백한 물증임에도 증거 자체를 부인한 이 대목을 근거로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을 통해 1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고 한다. 다만 “대북공작금 용도로 썼다”며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힐 순 없다”고 했다.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순 없지만 뇌물은 아니라는 식의 주장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명백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정원 돈 10만 달러를 받아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난 내용에 대해서만 ‘부인은 보호하겠다’는 계산으로 국정원 돈 일부 수수를 인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형제와 아들 관련 의혹은 전부 당사자에게 떠넘겼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67억원 상당을 본인의 논현동 사저 건축대금으로 사용된 정황과 증거에 대해 “이 돈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용증 등 증빙 자료는 없고, 이자도 내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 시형씨가 사실상 다스 실권을 장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들이 다스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 지 (나는)관여한 바 없고, 큰 아버지(이 회장)와 이시형 사이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21시간 동안 신문조사와 조서검토를 마치고 이날 오전 6시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장시간 조사로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대기하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타고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귀가했지만 빗속 귀가 길에 지지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택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조사를)잘 받았다. 잘 대처했다.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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