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함께 춤을
백승종 지음
사우 발행ㆍ248쪽ㆍ1만5,000원
역사에서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조선 선비의 다른 면모들을 스케치해내는 이 책은 그 가이드라인이다. 가령 유교근본주의자의 상징적 인물인 우암 송시열. 그는 의외로 과부의 재가를, 여성에 대한 교육을 지지했다. 반대로 고증학을 했다는 추사 김정희. 정작 그의 그림은 사실(寫實)이 아닌 사의(寫意)를 따랐다. 성리학의 틀을 벗지 못했다. 이런 건 또 어떤가. 당쟁에 벼슬길이 막혀 평생 은거했던 성호 이익. 생계를 위해 닭을 키웠는데 그 중 한쪽 눈이 먼 닭이 있었다. 그런데 이 외눈박이 닭이 멀쩡한 닭보다 새끼들을 더 잘 키웠다. 틈만 나면 새끼들을 안아줬더니 새끼들이 알아서 먹이를 구해 먹어서였다. 저자는 약한 나라일 수록 내적 화합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익이 눈 먼 닭을 보고 집안을 지키는 원리를 터득했다면, 저자는 거기서 더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국가를 만드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힘이란 교훈을 끌어낸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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