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 지음
백년동안 발행ㆍ244쪽ㆍ1만2,000원
따지고 보면 다 일본 탓이다. 그냥 망했으면 괜찮은데 하필이면 일본에게 망하는 바람에 그 반작용으로 조선은 일단 무조건 좋고 훌륭한 나라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동한다. ‘뉴라이트 이영훈’은 이 강박관념을 부수는데 가장 날선 무기가 될 지 모르겠다. 이 책은 세종이 조선을 노비와 기생의 나라로 만들어 양반의 이해관계에 가장 충실한 왕이었고, ‘성군’이란 찬사는 좋은 거 다 받아먹은 양반들이 답례로 건넨 감투일 뿐이라 주장한다.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에서는 일독할만하다. 하지만 경제사에 냉담한 사학계에 대한 분노, ‘개인’과 ‘자유’에 대한 편협한 이해 등이 짙게 배어있는 문장들은 불편하다. 노무현의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스타일이라는 평이 있다. 이 평은 저자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얘기가 아닌가 싶다. 날선 무기가 곧 좋은 무기인 건 아니니까. 저자는 ‘환상의 나라’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책을 11권 더 내겠다 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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