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주 홈스
혈액 활용한 질병 조기 진단 기술
허위 밝혀져 10년간 업계 퇴출
미국 실리콘밸리의 의료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여성 벤처 기업인이 알고 보니 허위 기술을 내세운 사기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바이오 벤처 기업 ‘테라노스’와 창업주 엘리자베스 홈스에 대한 조사 결과, 주식 사기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홈스 측과의 협의를 통해 벌금 50만달러와 함께 홈스가 보유한 테라노스 지분의 의결권을 박탈했다. 또 10년간 어떤 상장회사에서도 관리자가 되지 못하도록 했다. 사실상 10년간 퇴출 명령을 내린 것이다.
SEC는 2016년부터 테라노스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으며, 허위 기술로 투자자들을 속여 7억 달러(약 7,500억 원) 이상을 끌어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홈스와 테라노스 측은 혐의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홈스는 “SEC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34살인 홈스는 19살 나이에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창업해 몇 방울의 피만으로도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단숨에 바이오 천재로 떠올랐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벤처 업계 큰손인 팀 드레이퍼 등이 줄줄이 뭉칫돈을 투자하고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경영진에 영입되면서 일약 실리콘밸리 신화로 부상했다.
홈스는 특히 거침 없는 언변과 목이 올라온 검은 티를 즐겨 입는 모습을 보여 ‘여성 스티브 잡스’로도 통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 미 언론이 테라노스 기술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투자 사기 의혹이 증폭되면서 검찰 수사에 이어 보건 및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테라노스 기업 가치는 한때 90억 달러(9조6,000억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연구소 폐쇄, 투자자 소송 등에 직면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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