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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물리학 거장 호킹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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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물리학 거장 호킹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

입력
2018.03.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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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호킹 박사. 연합뉴스
스티브 호킹 박사. 연합뉴스

14일 별세한 천체물리학 거장 스티븐 호킹 박사에 대한 미스터리 한 가지는 노벨상 수상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아인슈타인과 뉴턴의 계보를 잇는 이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지만 정작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호킹 박사는 지난 2016년 BBC 방송에 출연해 “노벨상을 받기에는 자기가 부족하다”며 농담을 했는데, 정말로 그의 과학적 연구 업적이 미흡했기 때문일까?

이유는 이렇다. 우주론과 블랙홀 이론으로 시간의 역사를 다시 쓴 호킹의 이론은 현재 기술로는 실험을 통해 뒷받침할 증거물이 없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노벨위원회는 검증하기 어려운 이론 물리학보다는 실험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사이언스 오브 리버티’를 쓴 과학저술가 티모시 페리스는 호킹 박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는 이론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자 숀 캐럴 역시 “노벨상은 똑똑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에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이론적 발견을 실험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 장비를 만드는 데는 최소 수십 년이 걸린다. 아인슈타인이 1920년대 제안한 중력파에 대한 이론 역시 지난해 입증됐다. 호킹 박사의 블랙홀 이론을 실험으로 입증하려면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데만 긴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수백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론이 입증된 후에 호킹 박사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사실상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벨상위원회는 1974년 이후 ‘사후 수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다만 지난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랠프 스타인먼 록펠러대 교수가 수상자 발표 이틀 전 암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벨상위원회는 스타인먼 교수를 예외로 보고 상을 수여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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