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보도… 대미 비난 재개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단속 나선 듯
북한이 주춤했던 대미 비난을 슬슬 재개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북한 인권 문제 거론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나서면서다. 5월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견제 및 내부 단속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철면피성의 극치’ 제하 논평에서 “미국이 우리의 대외적 영상을 훼손시켜 보려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우리의 인권 문제를 계속 확대시키며 악의에 차서 헐뜯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어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국, 인권 말살국은 다름아닌 미국”이라며 “미국은 지저분한 제 코나 씻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너나 잘하라’는 것이다. 근거로는 ‘실업자가 득실거린다’, ‘범죄 발생률이 높다’, ‘인종 차별이 심하다’, ‘국제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등을 들었다. 또 “수십년 동안이나 우리 국권을 핵으로 유린하려 들고, 끈질긴 제재와 봉쇄로 우리 인민들의 생존권을 엄중히 위협하고 있는 미국이 그 누구에 대해 ‘우려’한다며 요설을 늘어놓는 것이야 말 것 언어도단”이라고도 했다.
이런 비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된 데 대한 불쾌감으로 해석된다.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지적과 함께 국제사회 협력이 필요하다는 발언들이 나왔다. 신문은 13일에도 ‘제국주의자들의 인권 소동을 짓부숴버려야 한다’ 제하 논설을 통해 “신성한 인권이 일부 세력들의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되고 있다”며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자들이 그 장본인들”이라고 강변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회담 시기와 장소부터 의제까지 조율할 게 산적한 상황에서 민감한 이슈를 던져 협상력을 키우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날도 노동신문은 미국을 건드렸다.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의를 “약탈 협상”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남조선ㆍ미국관계가 그 무슨 ‘굳건한 동맹’ 관계인 것이 아니라 남조선이 미국에 철저히 예속된 종속관계”라며 ‘남조선 인민’을 앞세워 주한 미군 철수도 주장했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으로 야기될 내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논평이 “우리의 사회주의는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이고, 인간의 모든 권리를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국책으로 되고 있는 곳”이라고 선전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매체는 이날 미국을 ‘인권유린의 왕초’, ‘평화 교살자’ 등으로 표현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은 따로 싣지 않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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