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1시간에 가까운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검찰은 밤샘조사에서 확보한 진술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주 중 구속영장 청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2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검찰 신문은 오전 9시50분쯤 시작돼 14시간여 만인 밤 11시56분쯤 종료됐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조서열람 시간이 예상 외로 길어지면서 귀가가 늦어졌다. 그는 6시간여에 걸쳐 신문조서를 꼼꼼하게 챙겨읽고 15일 오전 6시25분쯤 조사실에서 나왔다.
앞서 출석 당시 6문장의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뒤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앙지검 현관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본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량에 올랐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14시간여 조사를 받은 후 조서 열람에만 7시간 넘게 소요하며 피의혐의 조사로 가장 긴 시간 검찰청사에 머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장시간 조사 기록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 신문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송경호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9기)와 첨단범죄수사1부 신봉수 부장검사(48·29기) 동기 투톱이 담당했다.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검사(46·32기)는 조서를 전담해 작성하면서 신문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봉수 부장검사는 오전부터 오후 5시쯤까지 다스 비자금과 차명재산 의혹 등 다스 실소유주 관련 정황 조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도 추궁했다.
이어 송경호 부장검사가 바통을 넘겨받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보그룹, ABC상사, 김소남 전 의원 공천헌금 등 뇌물 혐의를 캐물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강훈 변호사(64·14기)를 비롯해 박명환 변호사(59·32기), 법무법인 바른에서 근무했던 피영현(48·33기)·김병철(43·39기) 변호사가 방패로 나섰다.
여러 사건이 난마처럼 얽혀있는데다 피의 혐의사실도 방대해 이 전 대통령 조사에는 장시간이 소요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포착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양한 뇌물 혐의의 중심고리 역할을 하는 다스와 도곡동땅 차명재산 등과 관련해 '나와 무관하다', '내 소유가 아니고 경영 등에 개입한 바 없다' 등의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일부 혐의에 대해선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신문 중간 간간이 휴식을 취하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점심은 설령탕을, 저녁은 곰탕을 각각 주문해 배를 채웠다. 검찰은 예우 차원에서 조사때 '대통령님'으로 호칭했지만 조서에는 피의자로 적었다.
이 전 대통령 직접조사를 통해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결론지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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