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샤 파테예바 오늘 내한 연주
“바로크 시대에 색소폰 있었으면
바흐도 색소폰 곡 작곡했을 것”
분위기 좋은 재즈바에서 들을 수 있는 음색, 중년이 새로 찾은 취미의 대상. 색소폰하면 쉬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색소폰의 모습은 생소하다. 드레스를 입고 클래식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여성 색소폰 연주자를 떠올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아샤 파테예바(28)는 색소폰에 대한 편견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연주다다. 15일 내한 연주회를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파테예바는 “클래식 색소폰이 음악계에서 정당한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색소폰과 클래식은 어떻게 결합해 어떤 소리를 빚어내는 걸까. 편견을 지운다 해도 궁금증은 잘 해소되지 않는다. 색소폰이 재즈음악을 위한 악기로 더 널리 알려진 탓이다. 하지만 파테예바에게 색소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크림반도 케르치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다. 파테예바가 10세였을 때 그의 아버지가 취미로 색소폰을 시작했다. “아버지의 색소폰을 불어보고는 아름다운 소리에 바로 매료돼 버렸어요. 소리가 몸으로 느껴져 피아노보다 더 좋았어요. 6개월 만에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죠.”
파테예바는 러시아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학교를 거쳐 독일 쾰른 국립음대에서 학사를, 함부르크 국립음대에서 실내악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피아노,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함께 앙상블을 연주하는 환경에서 공부했다. 파테예바는 “색소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며 “사람들에게 익숙한 곡을 색소폰으로 연주할 때 다른 해석으로 들리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파테예바는 2012년 독일 음악 콩쿠르 1위, 2014년 아돌프 삭스 국제 콩쿠르 3위, 2016 에코 클래식 어워즈 신인상 등 주요 상을 받으며 클래식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색소폰은 애초에 클래식 악기로 탄생했다. 벨기에 출신의 클라리넷 연주자 겸 악기 제작자인 아돌프 삭스(1814~1894)가 1840년대에 개발했다. 삭스는 기존 관악기의 단점을 극복하고, 현악기와 잘 어울리면서 야외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음량이 큰 악기를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색소폰은 부드럽고 우아한 소리부터 묵직한 음색까지 다양한 색을 지녔다. 베를리오즈와 비제의 교향곡에서 색소폰을 찾아볼 수 있다. 색소폰 개발 이전에 작곡된 곡은 파테예바 자신이 직접 편곡해 연주한다. 그는 “바로크 시대에 색소폰이 있었다면 바흐도 당연히 색소폰 곡을 작곡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번 연주회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곡으로는 윌리엄 올브라이트가 작곡한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꼽았다. “바흐부터 재즈까지 넘나드는 곡이에요. 끝에서 끝으로 치닫는 평범하지 않은 강렬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소프라노ㆍ알토ㆍ테너 색소폰을 두루 연주하는 파테예바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알토 색소폰 만을 사용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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