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력 큰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3.15 완후이’ 방영에 촉각
사드 여파 회복 판단할 가늠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15일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ㆍ15 완후이(晩會)’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포함 여부가 ‘사드 갈등’ 해소 및 중국시장 회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주재 한국 경제인 단체인 중국한국상회 고위관계자는 14일 “지난해 10월 말 한중 정부 차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여전하다”면서 “중국 소비시장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3ㆍ15 완후이에 어떤 내용이 나올 지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총망라된 중국한국상회는 중국 44개 지역 6,000여개 회원사를 보유한 중국 내 최대 외국계 경제단체다.
재중 기업들이 3ㆍ15 완후이를 주목하는 건 방송 내용의 어마어마한 파급력 때문이다. 중국소비자보호위원회와 관영 CCTV 공동주관으로 1991년부터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문제 기업으로 거론되면 곧바로 대대적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매출이 급감한다. 특히 최근 수년 간 3ㆍ15 완후이의 대상이 대부분 외국기업이었다는 점 때문에 긴장은 배가되고 있다. 그간 3ㆍ15 완후이는 애플ㆍ금호타이어ㆍ폭스바겐ㆍ벤츠ㆍ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과 니콘ㆍKFCㆍ나이키 등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도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직면해 결국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사과성명을 발표해야 했고, 금호타이어는 보도 내용이 허위임이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중국시장을 회복하지 못했다.
재중 기업들은 3ㆍ15 완후이에서 우리 기업이 거론되진 않더라도 이 날을 전후해 취해질 수 있는 다양한 조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15일 대형 여행사들에 한국행 단체관광 전면금지 조치를 구두 통보했고, 온라인에서 시작된 롯데마트 불매운동이 오프라인 규탄집회로 이어진 첫 날이기도 했다. 랴오닝(遼寧)성정부의 승인만 남은 롯데그룹의 선양(瀋陽) 롯데월드 공사 재개,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차별 개선, 한국행 단체관광객의 온라인 모집 허용, 한류 제재 완화 등 우리 기업들의 바람과는 다른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중국한국상회 관계자는 “사드 갈등이 한창일 때 중국 소비자의 83%가 한국 제품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면서도 이 중 63%는 한국 제품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한중 간 교류 폭이 서서히 넓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소비자의 날이 중국시장 회복 여부를 가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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