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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ㆍ충성’ 트럼프 안보팀, 대북 압박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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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ㆍ충성’ 트럼프 안보팀, 대북 압박 거세진다

입력
2018.03.14 16: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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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복심… 협상 추진력 강화

불발 땐 군사옵션 전환 가능성 커져

‘모 아니면 도’ 기회ㆍ위기 동시에 열려

강경화 외교, 예정대로 방미키로

미국 신임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신임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외교 안보팀을 ‘강성ㆍ충성파’로 채우는 친정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본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면서 때로 대통령과 엇박자까지 빚기도 했던 외교 안보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전력 질주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 같은 진용 개편으로 인해 북핵 담판의 유동성도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합이 맞는 측근 인사를 통해 대북 협상에 힘을 싣게 됐지만, 회담 불발 시 군사옵션 등 강경책으로 급속하게 전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지난 1년 북핵과 중동, 러시아 문제 등을 놓고 강성파와 온건파, 충성파와 소신파간 복잡한 알력과 경쟁으로 점철됐다. 이중 존 켈리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 장관과 함께 ‘어른들의 축’으로 불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온건 소신파’를 대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많이 충돌한 인사다.

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이란과 북한 등에 강경한 입장을 펴온 매파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코드에 충실한 정치인 출신이다. 외교라인만 보면 같은 티파티 소속 정치인 출신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와 함께 ‘강성ㆍ충성파’로 재편된 것이다. 강성파긴 하지만 러시아 문제에서 대통령과 엇박자를 냈고 이란 핵 합의 폐기에 반대해온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체제 구축 물결 속에서 곧 교체될 수 있다고 CNN은 이날 전했다.

‘강성ㆍ충성’의 색채가 뚜렷해지는 2기 안보팀은 이란 핵합의 파기,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등을 밀어붙여 중동 정세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북핵 협상에선 오히려 추진력이 더 생겼다는 역설적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써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대한 타결”을 얘기하며 역사적 치적으로 삼으려는 기대를 드러내 충성파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줄 빅딜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폼페이오 내정자는 그간의 복잡 다단한 북핵 협상 방식과 달리, 정상회담이란 ‘톱 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정상회담 성사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보수 진영 내부에서 성급한 정상회담 개최란 우려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그는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정부가 하지 못한 조건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적극 옹호했다.

폼페이오 내정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틸러슨 국무장관 보다 협상가로서 더 적합하다는 것도 워싱턴 외교가의 다수 의견이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이날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협상가로서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상대방에게 지도부를 대표한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라며 “폼페이오 국장이 틸러슨 국무장관 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협상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대화파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폼페이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하게 조율돼 있다는 점에서 평양도 아마 이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검증을 외면하거나 주한미군 철수 등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며 어깃장을 놓을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한국의 중재로 대화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타격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그 동안 틸러슨 장관과 짝을 이뤄 ‘코피 때리기’(bloody nose) 작전에 반대해온 매티스 국방장관이 고립될 수 있는 상황이다. ‘강성ㆍ충성’ 성향이 짙어진 외교안보 진용으로의 개편은 북핵 문제만 놓고 보면 힘에 기반한 압박으로 북한에게서 비핵화 양보를 얻어내려는 ‘모 아니면 도’ 식 드라이브로, 기회와 위기의 문을 동시에 열어 둔 것이다.

한편 강경화 외교장관은 예정대로 15일 미국을 방문해 존 설리번 국무장관 대행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내 인사교체에도 불구하고 한미간 강력한 공조 유지가 긴요하다는 인식 하에 미 측이 예정대로 방문하기를 희망해왔다”고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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