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전 의원이 100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전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처럼 시위자도, 지지자도 없는 검찰 출석이었다”며 “권력의 끝이 이보다 더 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썼다.
전 전 의원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들어가기 전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인용해 “’국민들께 죄송하다. 역사에서 이런 일은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가 왜 이토록 우리의 정치사는 잔인한 것인가 싶었을 것”이라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들은 배신감에 긴 한숨을 토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포토라인에 선 대통령을 보는 것도 괴롭지만, 그 혐의가 ‘탐욕의 혐의’라는 것이 국민으로서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은 “국민들은 부자인 이 전 대통령을 뽑을 때 적어도 돈 문제는 걱정하지 않다고 된다고 믿었다. 박 전 대통령을 뽑을 때는 가족, 친척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국민들은 두 대통령의 ‘비참한 권력의 끝’을 확인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전 전 의원은 그러면서 보수 진영이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냉정한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건, 정치보복이건 간에 박 전 대통령은 무능했고, 이 전 대통령은 탐욕스러웠다”며 “보수는 역사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이 사건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의원은 “우리나라의 운명이 참 야속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참담하고 부끄럽지만 이런 과정이 ‘전직 대통령의 검찰출두’의 최종판이라는 서늘한 기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측근과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스 등 차명재산의 실 소유주 관련 의혹 위주로 조사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의혹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면 부인하는지, 아닌지 식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의혹에 대해 본인의 재산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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