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민단체 “10년 뒤 적자 2000억원”
과도한 책임만…불평등 계약 문제도 제기
강원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춘천 중도에 추진 중인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 사업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7년 가까이 표류 중인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다고 해도 적자가 불 보듯 뻔하고, 강원도가 멀린사와 맺은 불평등 계약으로 인해 혈세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14일 강원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시민검증단을 꾸려 건설, 회계전문가 등과 함께 도유지인 춘천 하중도(129만1,434㎡)에 추진 중인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에 대한 검증작업을 진행했다.
검증단은 이날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은 수십년 동안 개발에 목마른 춘천시민의 정서에 편승, 부동산 개발을 통해 이익을 내려는 세력의 개입을 부추긴 전형적인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레고랜드 사업을 강원도 재정을 파탄 낸 알펜시아의 복사판이라고 비판했다.
검증단은 2013년 6월 한 회계법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레고랜드 완공 후 10년 뒤까지 필요한 자금은 6,301억9,9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출자금 500억원을 포함한 유입 자금은 5,928억4,500만원으로 375억5,4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검증단은 “만약 레고랜드가 연간 240만명의 관광객을 끌아 10년간 350억2,200만원의 수익을 낸다고 해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에 문화재발굴비용과 복토비용, 시행사인 엘엘개발 내부유출 금액과 대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적자폭이 2,000억원대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강원도가 밝혔던 청사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또 강원도가 2013년 10월29일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체결한 본협약의 불평등 조항도 문제 삼았다. 강원도가 책임지고 출자자를 물색하거나 하중도 진입교량과 제방공사, 4,000대 규모의 주자창 조성 등을 명시화 해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됐다는 얘기다. 특히 사업 추진 중 자금이나 시공사, 문화재 등에 대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강원도가 6개월 이상 치유기간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멀린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등 무려 9개항의 노예계약이 이뤄졌다고 검증단은 주장했다.
도유지인 춘천 하중도(129만1,434㎡)에 테마파크와 호텔 등을 지으려는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 사업은 강원도와 영국 멀린사가 협약을 한 2011년 9월 이후 본격화됐다. 그러나 6년이 넘도록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해 테마파크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으로 인해 현재 하루 이자만 1,700여만원에 이르고 토지신탁수수료와 엘엘개발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연간 90억원 가량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당장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시행사와 투자사 모두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어 해결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최근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전문가를 영입해 공사비 조달방안을 논의하는 등 정상화 방안을 거의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글ㆍ사진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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