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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뮤직]제이홉 믹스테이프, 아티스트의 방향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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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뮤직]제이홉 믹스테이프, 아티스트의 방향과 균형

입력
2018.03.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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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의 첫 믹스테이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직비디오 캡처
제이홉의 첫 믹스테이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직비디오 캡처

방탄소년단 제이홉(j-hope)의 첫 믹스테이프 ‘호프 월드’(Hope World)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매 행보마다 각종 수치와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 당연해져 버린 방탄소년단이지만 이번 제이홉의 믹스테이프가 거둔 성적은 놀랍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가 한 장의 믹스테이프를 통해 보여준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성취다.

▲제이홉의 솔직한 이야기

제이홉의 믹스테이프에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첫 트랙 ‘호프 월드’(Hope World)부터 마지막 트랙 ‘블루 사이드’(Blue Side)까지 제이홉은 자신이 실제 겪은 이야기들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담았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는 ‘호프 월드’와 20대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한 ‘피스 오브 피스’(Piece of Peace), 지치지 않는 꿈과 인내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Daydream’(백일몽), 연습생 시절 이야기를 담아 열정에 대해 노래한 ‘베이스 라인’(Base Line), 우정과 성공에 대한 노래 ‘항상’(HANGSANG), 처음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갔을 때의 초심을 노래한 ‘에어플레인’(Airplane), 마지막으로 차분하게 애정을 담아 전하는 ‘블루 사이드’까지 제이홉만이 할 수 있는 메시지들로 일곱 트랙을 채웠다.

제이홉의 이야기는 분명 희망적이고 긍정적이지만 막연한 환상이나 몽상과는 선을 긋는다. 대한민국 20대 취준생의 현실을 반영하고 나이 또래의 당연한 욕구와 넘실대는 유혹을 인지한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돌 가수로 사는 피로를 토로하고,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삐뚤어진 시선들도 녹여낸다. BTS라는 성공 신화와 그 신화 속 주인공의 판타지를 투영하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했던 청년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제이홉은 자신의 젊음을, 대한민국을 사는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정의한다. 자신의 이야기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포착하고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 앨범이다.

▲방향성 그리고 균형감

하나의 앨범에서 아티스트의 정체성은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첫 번째는 방향성이다. 하나의 앨범이 음악적으로 메시지적으로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추었는가다. 누군가는 하나의 앨범에 트로트부터 일렉트로닉까지, 사회 문제부터 사랑까지 모두 담을 수도 있지만 그런 앨범을 통해서는 그 앨범을 만든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리스너들이 캐치해 내기는 어렵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희망(hope)이라는 주제를 여섯 개의 트랙으로 변주해 표현했다. 누구나 이번 믹스테이프를 들었을 때 제이홉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제이홉이 이번 믹스테이프에서 보여준 음악은 가장 팝 적인 접근을 취하는 힙합이다. 난해하고 어려운 비트를 피하고 구성적으로도 멜로디 라인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기분좋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표현했다.

표현의 제약을 덜어낸 믹스테이프의 특성상 가장 깊고, 조금은 과하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시도들도 눈에 띈다. 일부 곡에서 힙합 장르의 특성상 보여줄 수 있는 스웨그(Swag)가 드러나긴 하지만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된 이야기는 배제됐다. 제이홉은 이번 믹스테이프를 통해 대중적인 사운드 방향성과 함께 자기 세계에 매몰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전체의 균형감을 놓치지 않는다. 제이홉은 세계 최정상의 보이밴드 멤버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친구의 이야기, 내 이야기처럼 들리도록 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듣고 공감하고 즐기는 음악이라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로서의 균형감을 유지한다.

제이홉의 믹스테이프 'Hope World'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200' 차트 38위를 차지해 한국 솔로 가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홈페이지
제이홉의 믹스테이프 'Hope World'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200' 차트 38위를 차지해 한국 솔로 가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홈페이지

▲왜 지금 전 세계가 제이홉을 듣고 있나

제이홉의 ‘호프 월드’는 정규 앨범이 아닌 무료 공개 형태의 앨범이지만 공개 직후 전 세계 63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해 한국 솔로 가수 최다 기록을,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38위를 차지해 한국 솔로 가수 최고 순위를 세웠다. 미국 타임(TIME)은 제이홉의 믹스테이프 수록곡 ‘Hope World’을‘ 금주 당신이 들어야 할 5곡’(5 Songs You Need to Listen to This Week)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대중들의 호응과 평단의 평가가 동시에 반응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대중음악에 완벽한 답은 없다. 단지 지금 필요한 음악은 존재한다. 그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트렌드가 된다. 지금 필요한 음악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대중들과 호흡하고 공감하고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제이홉은 방탄소년단의 멤버로 좋은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는 정답에 가까운 태도를 익혔다. 그리고 그 태도를 고스란히 자신의 믹스테이프에 표현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방탄소년단의 앞으로의 활동에도 이번 제이홉의 믹스테이프는 RM, 슈가 등 같은 팀에서 먼저 믹스테이프를 선보였던 멤버들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홉의 ‘호프 월드’는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무기이자 가장 큰 감동을 안겨주는 진정성에서 한 계단을 더 쌓아 올린 결과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건욱 기자 kun11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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