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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여성 배제 수단 될까 우려… 남성 아닌 권력과의 싸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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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여성 배제 수단 될까 우려… 남성 아닌 권력과의 싸움 돼야”

입력
2018.03.14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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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인 국회부터 변화해

약자 돕는 입법 앞장 서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국회 내 잇따르는 미투 고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국회 내 잇따르는 미투 고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피해자가 어렵게 꺼내놓은 ‘미투’(#Me too)가 오히려 여성의 배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까 우려된다.”

20대 국회 최연소 여성 의원인 김수민(32) 바른미래당 의원 눈에 비친 여의도 정치권은 미투 운동의 최대 취약지점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위드유’(#With you)에 앞장서야 할 입법부가 오히려 현실을 감추고 미투의 본질을 왜곡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김 의원은 “미투 바람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가 ‘여성들과는 잘 악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국회 게시판에 “일부 남자 의원 사이에서 ‘여성 보좌진은 전부 내보내고 남자만 뽑아야겠다’는 농담이 오간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선 “미투를 계기로 비정상이 정상화하긴커녕 되레 퇴보하지 않을까 공포스럽다”고도 했다.

올해로 3년째 국회에 몸담고 있는 김 의원이 바라보는 국회는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며 폐쇄적인 사회다. 여성 참여 확대를 위해 애쓴 결과라지만, 20대 국회 여성 의원의 비율은 여전히 17%에 불과하다. 또 전체 보좌진 2,548명(인턴 포함) 가운데 여성은 836명(32.8%)이지만,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피라미드 구조다. 가장 높은 4급 보좌관의 경우 여성 비율은 6.7%에 그친다. 김 의원은 “상급자의 평가가 채용 등에 절대적인 국회에서는 용기 내 고백한 미투 피해자에게 인사보복 같은 2차 피해가 따르는 등 사회 전반의 문제가 그대로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역시 국회 안에서 크고 작은 성폭력을 경험한다. 그는 “아주 작게는 흰색 옷을 입은 날 남성 의원으로부터 ‘백합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자신보다 어린 여성에게는 여성을 도구화하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는 데까지 남성 의원들의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보다 뼈아픈 건 “나 때는 더 심했다”며 피해 고백에 공감하지 못하는 일부 선배 여성 정치인들의 반응이다. 김 의원은 “자신이 정의하는 성폭력과 지금 시대의 정의는 다를 수 있는데, 기득권층에 올라선 선배 여성 정치인들이 약자의 입장에서 그 차이를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며 “미투가 남성에 대한 싸움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싸움이 돼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미투 피해를 막으려면 법적 장치를 마련할 국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권위적인 국회 분위기에 눌려 말할 곳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을 맞아줄 독립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국회가 미투 폭로자뿐 아니라 여성 등 약자의 배제를 막는 입법 활동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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