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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 검증 건너뛰고 폐기로 빅딜할 듯”

입력
2018.03.14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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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얘기 나오면 대화 어려워

예전엔 지뢰 하나씩 없앴지만

지뢰밭 폭파시키는 것도 방법

비핵화까지 시간 단축될 것

트럼프 임기 내 실현이 이상적

북한 핵 카드 고집 달래기가 관건

핵 인정 따가운 시선도 이겨내야”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5월 북미정상회담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ㆍ북미수교를 교환하는 '빅딜'이 이뤄지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했다. 사진은 김 교수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서 공공외교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5월 북미정상회담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ㆍ북미수교를 교환하는 '빅딜'이 이뤄지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했다. 사진은 김 교수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서 공공외교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준형(55) 한동대 교수는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특별 메시지’와 관련해 “추정컨대 북미 수교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교환하자는 제안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정상국가’로 도약할 기회를 준다면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통 큰 거래’를 제의했으리라는 게 김 교수의 추측이다. 그는 메시지가 ‘포괄적’이라는 정부 관계자 표현을 근거로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최종 상태’(End State)를 합의하자는 뜻 아니었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을 거친 김 교수는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_북미 정상회담이 5월에 열린다. 두 나라 정상은 만난 적이 없다. 전격 성사된 배경이 뭘까.

“북한이 신년사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한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등으로 보여준 대북 화해 메시지의 진정성에 화답한 것 같다. 미국 생각대로 강력한 대북 제재와 군사 옵션에 대한 공포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_왜 하필 지금인가.

“가장 협상력이 큰 시기라 판단한 것이다. 과거에는 ‘(핵실험을) 중단하냐 마냐’로만 협상해야 했다면, ‘핵무력 완성’ 선언 뒤인 지금은 이미 만들어놓은 과거 핵, 만들고 있는 현재 핵, 앞으로 만들 미래 핵 등 다양한 카드가 생겼다. 마땅한 카드가 없어 늘 쫓기거나 궁지에 몰렸던 예전과 달리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_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향후 어떤 핵ㆍ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제일 만만한 카드를 내준 거다. 미래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원하는 모라토리엄, 즉 유예 입장을 밝힌 건데, 이미 보유한 핵으로 대북 억지를 수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방증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로 거래를 시작하되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기 전까지 이미 보유 중인 핵을 카드로 활용할 것이다.”

_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고 치자. 출구는 어디인가.

“이미 완성된 핵은 어떻게 검증할 것이냐가 문제다. 여기서부터는 북미간 신뢰 문제다. 샅샅이 뒤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검증 얘기가 나오는 순간 대화 진전은 어려워질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이미 실패한 방법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청와대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등 하나 주고 하나 받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검증’ 단계를 건너뛰고 ‘폐기’에 합의하는 ‘빅딜’이 성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해주는 대가는 북미 수교일 가능성이 크다.”

_북한이 미국에 보냈다는 비공개 특별 메시지에 그런 내용이 담겼을까.

“정부는 이 메시지가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했다. 포괄적이라는 말을 굳이 쓴 건 ‘최종 상태’(End State)를 얘기한 게 아닐까 싶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끝까지 바로 가자는 것이다. 실패한 역사를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않나. 북한 억류 미국인 3인 석방 등도 후보로 거론되는데, 이건 부가적 성격을 가진, 일종의 보너스로 봐야 할 것 같다.”

_최종 상태부터 합의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나.

“(비핵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확실히 짧아질 것이다. 지뢰밭을 없앨 때 지뢰를 하나씩 떠내는 게 예전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 번에 폭파해버리는 것도 지뢰밭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_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보다 먼저 열린다. 어떤 게 논의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단계론이 작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작동할 거다. ‘한미입구론→ 남북경유론→ 북미출구론’이다. 교두보 성격인 남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관련 구체적 조치와 북미 수교 여건 등이 논의될 것 같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남북 문제 등도 포함된다.”

_회담이 열리기까지 정부는 뭘 해야 하나.

“북한에게 줄 카드를 연구해야 한다. 북한을 대화에서 탈선시키려는 시도들이 계속 있을 거다. 북한에게만 굴복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우리가 중재를 잘 해야 한다. 중ㆍ러ㆍ일에 특사를 보낸 것도 주변국 배려이면서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북ㆍ미와의 대화 내용을 주변국과 공유해 미국이 혹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다. 북한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논의도 할 것 같다. 6자회담 얘기도 나오는데, 과거에는 6자회담이 (비핵화로 향하는) 수단과 과정으로서의 ‘추진체’였다면 앞으로는 이미 합의를 이룬 내용을 보증하는 ‘추인체’가 될 것 같다.”

_이상적 시나리오는 뭘까. 악재는 없을까.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에 실현하는 것이다. 북한은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핵 카드를 쥐고 있으려 할 텐데, 이 문제를 푸는 게 관건이다. 이 시나리오를 따랐을 때 ‘북한의 핵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냐’는 여론도 이겨내야 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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